[기획] 거센 분양열풍… 공급과잉 폭탄?

입력 2015-10-20 22:37

수도권과 부산 등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분양 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전세난과 함께 무섭게 치솟는 전세가에 지친 세입자들이 매매수요로 전환된 영향이 크다. 건설업계에서는 몰아치기식으로 물량을 밀어내면서 분양·인허가 물량이 폭증하고 있다. 자칫 집값 폭락 등 2007년의 공급 과잉 후폭풍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11년부터 20만 가구 초반대를 유지하던 전국의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은 전세난이 본격적으로 심화된 2014년 27만 가구를 넘어섰다. 급기야 올해는 예정 물량을 포함해 40만 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분양업계의 성수기인 4분기 분양 물량을 비교해봐도 건설사들의 물량 공세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난다. 수도권의 경우 2012년 2만2725가구, 2013년 3만8871가구로 증가한 뒤 작년에는 4만6146가구까지 늘었다. 올해는 9만2780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주택 인허가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 수는 51만5251가구로 전년보다 17% 이상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벌써 45만2185가구로 작년 수준에 육박했다. 특히 수도권은 올해 24만3248가구로 이미 작년의 24만1889가구보다 많다. 12월까지 추가될 인허가 수를 포함하면 총 50만 가구는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분양시장 곳곳에서는 공급 과잉의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지방에서 분양한 단지(임대 제외) 66곳 중 18곳이 미달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주택형만 미달된 단지까지 합치면 21곳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청약 열풍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미달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부동산 업계는 2007년 밀어내기 분양에 따른 공급 과잉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는 분위기다. 당시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신규 분양과 인허가가 급증했다. 그러나 경기가 침체되면서 미분양이 급증하고 집값은 급락했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무주택자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계약자들이 중도금과 잔금을 내지 못하면서 이른바 입주대란까지 발생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대거 떠안게 됐고 재무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다. 2007년 22만7937가구였던 전국의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은 매년 감소해 2010년 절반도 안 되는 10만6829가구까지 떨어졌다.

건설사 관계자는 20일 “전세난이 장기화되면서 분양시장은 오히려 2007년보다 좋은 상황”이라며 “밀어내기라고 비난 받아도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선 분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