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상봉 문턱서 ‘애타는 30분’

입력 2015-10-20 22:43

60여년을 기다렸는데도 마지막 ‘30분’은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20일 시작된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오후 3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도입한 ‘평양시’ 때문에 실제 시작 시간은 우리 시간으로 오후 3시30분으로 늦어졌다. 평양시는 우리가 표준으로 삼은 동경 135도가 아닌 한반도 중앙인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삼아 우리보다 30분 늦다. 이번 행사가 북한 지역인 금강산에서 열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평양시를 기준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같은 땅에 살고 같은 말을 쓰면서도 이제는 시차까지 셈해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정부 소식통은 “남북 간 행사는 개최 지역의 시간을 기준으로 정하기 때문에 상봉 행사가 30분 늦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이산가족 입장에서는 마지막 30분이 그 어떤 시간보다 길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시간으로 오후 3시에 시작한 첫 상봉 행사는 5시에 마무리됐다. 남북 이산가족은 이어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남측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이들은 이산가족 상봉 기간에 행사와 만찬 등을 포함해 총 6회에 걸쳐 12시간을 만날 예정이다.

앞서 북한은 광복 70주년인 지난 8월 15일 기존 표준시보다 30분 늦은 평양시를 독자적으로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표준시가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된 일제의 잔재라는 이유 때문이다. 북한은 “일제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는 민족사적 사변”이라고 자평했다. 우리 정부도 1993년을 비롯해 몇 차례 표준시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시차로 인한 불편 때문에 현행 유지를 결정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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