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연구가 없다면 우리 실생활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GPS(위성항법장치)나 와이파이, 레이저, 트랜지스터 등은 기초과학 연구 과정에서 나왔는데 지금은 일상에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필 다이아몬드 영국 맨체스터대 천체물리학과 교수는 20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이틀 일정으로 막을 올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장관회의’ 기조강연에 앞서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밝혔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고감도 전파망원경을 호주와 남아프리카에 건설하는 ‘SKA 거대 전파망원경 프로젝트’ 단장을 맡고 있다.
그는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새 기술이 개발되면 산업과 정부 등 여러 면에서 긍정적 영향이 있다. 예를 들어 와이파이는 천문학을 위해 개발됐지만 현재 실생활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또 “기초과학은 투자가 많이 필요하고 혜택을 보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정부 차원에서 투자에 인색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 전파망원경은 타임머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은하계가 생겼을 때부터 행성이나 지구, 우주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 수 있고 외계 생명체에 대한 흔적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르지오 베르톨루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부소장도 양초와 전구를 빗대 기초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르톨루치 부소장은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은 별개가 아니다”며 “양초에서 전구로 발전하게 하는 것이 기초과학이고, 양초를 잘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 응용과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응용과학만 하면 양초를 잘 만들 수는 있지만 다음 단계로 발전하지 못해 양초산업이 사장될 수 있다.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이 함께 가는 것이 과학발전을 위해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OECD 과학기술장관회의는 19일 개막한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의 메인 행사다. 57개국 과학기술 분야 장차관과 12개 국제기구 수장 등 270여명의 각국 대표단이 참석해 ‘글로벌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 혁신’을 주제로 회의를 갖는다. 결과물은 21일 채택될 ‘대전선언문’에 반영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세계 석학들 “기초과학이 우리 일상을 변화시켜”
입력 2015-10-20 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