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만났다. 60여년을 손꼽아 기다린 만남이다. 어느 한 순간도 잊은 적 없는 그리운 얼굴들이다. 강산이 예닐곱 번 바뀌었지만 단박에 서로를 알아봤다. 이런 게 혈육이고, 핏줄이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0일 금강산에서 재개됐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몇 차례 아슬아슬한 고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북이 예전과 달리 8·25 남북합의의 틀을 깨지 않은 것은 향후 남북관계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1차 상봉단 남측 가족 389명은 이날 북측 가족 141명을 만났다. 6·25 전쟁 때 헤어진 남편을 만난 이순규(85)씨, 죽은 줄만 알았던 다섯 살 위 오빠를 만난 이차숙(79)씨 등 애끊는 사연 하나 없는 가족이 없다. 이들은 22일 모든 행사가 끝나면 다시 만날 기약 없이 헤어져야 한다. 60년의 긴 기다림에 12시간의 만남은 너무 짧다.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북측 가족 188명을 만나는 2차 상봉단 남측 가족 233명 또한 마찬가지다. 분단이 낳은 비극이다.
혈육을 인위적으로 갈라놓는 행위는 인륜에 반한다. 숨이 넘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북에 있는 아들 사진을 놓지 못했다는 어느 이산가족의 한과 아픔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같은 단발성 행사로는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누차 지적한 대로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와 상시화가 최선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규모라도 대폭 늘려야 한다. 지난 20년간 상봉 신청자 13만여 명 가운데 북측 가족을 만난 가족은 3%인 4000여 명에 불과하다. 현재의 100가족 이하 규모로는 이산가족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산가족 대다수가 고령인 점도 상봉 규모를 확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신청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만 3900여 명이 벌써 세상을 떠났다.
이번 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끝나면 다음 21차 상봉이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 북측의 가족을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들에게 하염없는 기다림은 인내하기 힘든 형벌이다.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정치적·군사적 상황에 구애됨 없이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아울러 상봉 행사를 통해 혈육을 만난 남측 가족들도 북측 가족과 꾸준히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해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 상봉자를 전수조사한 결과 24%가 ‘마지막이란 생각에’ ‘충분치 못한 대화’ 등의 이유로 “상봉의 기쁨이 유지되지 못했다”고 답했다.
관건은 북한의 태도다. 우리가 다른 부분에서 유연성을 발휘한다면 이산가족 상봉에 소극적인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도 남북은 8·25 합의대로 빠른 시일 내에 당국회담을 열어야 한다.
[사설]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 상시화로 이어져야
입력 2015-10-20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