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마조마했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갖가지 악조건을 뚫고 마침내 재개됐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으로 안갯속에 놓였던 남북관계도 극적인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8월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양측이 합의했을 때만 해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순조롭게 개최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10월 10일)을 앞두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다시 난기류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북한은 4차 핵실험까지 암시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북핵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압박에 맞불을 놓기 위한 것이었다.
국제사회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도발을 강행할 경우 트리거 조항(자동개입 조항)에 해당돼 추가 제재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미국은 물론 북한의 전통적 우군이었던 중국마저 북한에 한반도 정세 불안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임을 공식화했다. 이런 움직임은 미·중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더욱 구체화됐다. 한·미 정상은 사상 처음으로 북한에 대한 별도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추가 경고와 더불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전략적 공조에도 합의했다.
대치국면이 조성되면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불발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3년에도 상봉 행사 나흘 전에 일방적으로 이를 취소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북한도 인권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중대한 평화교류 행사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판을 깨지는 못했다. 지난달만 해도 위협에 나섰던 북한은 이달 들어서면서 태도를 바꿨다. 지난 10일 대규모 열병식에서는 우려했던 신무기나 무력 도발은 없었다. 장거리 미사일도 현재까진 발사 조짐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엔 우려와 달리 미국에 재차 평화협정을 제안하면서 대화 여지를 흘렸다. 그리고 마침내 20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개최된 것이다.
이제 남북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어떻게 당국회담까지 이어갈지가 시급한 숙제로 남게 됐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 이상 2010년 이후 꽉 막혔던 남북관계가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어 신중한 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곧 북한에 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적극적인 접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답보상태였던 북한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병행할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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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0 2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