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이 그려가는 ‘문학 지형도’… 그 비평의 저인망에 걸린 150편

입력 2015-10-20 20:54

원로 비평가 김윤식(79·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책으로 묶어 나오기 전 문예지에 발표되는 따끈따끈한 중·단편 소설을 빼놓지 않고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1960년대 초반 문단에 나온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현장 비평’의 습관은 문학에 대한 그의 열정을 일컫는 또 다른 말이다.

생전의 박완서 작가는 김 교수의 현장 비평을 “김정호가 순전히 발로 뛰고 눈으로 더듬어 최초의 우리나라 지도를 만들었듯이 그도 발로 뛰고 눈으로 더듬어 그와 동시대의 우리 문학 지도를 그렸다”고 상찬한 바 있다.

20일 출간된 ‘내가 읽은 우리 소설’(강출판사)에는 김 교수가 2013년 3월부터 올 3월까지 2년간 읽은 문예지 소설에 대한 평이 담겼다. 그가 다달이 쓰는 월평(月評)은 박완서의 지적대로라면 지금 우리 문학의 지형도다. 김애란·윤성희·편혜영·황정은·이응준 등 젊은 작가에서부터 윤대녕·이승우·최수철 등 중견 작가에 이르기까지 99명의 작품 150편이 그의 저인망식 그물망에 걸렸다.

그의 문학 비평은 무게를 잡지 않는다. 메모하듯 쓴 짧은 평은 거창한 이론을 들먹이지 않지만 촌철살인이 주는 기쁨이 있다. 또 ‘∼소이다’ 식의 ‘할아버지 문투’는 경박한 약어가 범람하는 시대라 그런지 정겨우면서도 울림이 있다.

요즘 가장 핫한 작가 구병모가 문학사상 2013년 6월호에 실은 ‘식우(蝕雨)’에 대한 평을 보자. 김 교수는 ‘식우. 즉 산성비가 아파트, 건물 등 도시 전부를 황폐화시킨다는 것. 새로운 정보는 아니지요. 과연 그러할까. 글쎄요. 구씨는 그렇다고 우깁니다. 그 우기며 설득하는 모습이 이를 여지없이 증명하고 있소이다.’

이렇게 서두를 꺼낸 김 교수는 작가가 사건 전개와 문체의 힘을 통해 어떻게 그 황당하면서도 세기말적인 주제를 독자들로 하여금 믿게끔 만드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김 교수에게 비평가란 어떤 사람일까. 그는 ‘책머리에’를 통해 “비평가는 읽을 수밖에 없다. 그 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비평가란 당연히 해박한 지식을 갖추어야 하지만 동시에 공감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