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부지를 둘러싼 지역 내 갈등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2014년 10월 강원도 삼척에서 주민투표가 진행된 데 이어 이번에는 경북 영덕에서 오는 11월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주민투표는 주민들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사항에 대해 직접 의견을 표현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이다. 지방자치법으로 보장되어 있으며, 공공갈등을 해결하는 최종 수단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정부가 강압적으로 부지를 선정한 것도 아니고, 적법한 절차에 따른 방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덕의 원전유치 반대 단체들은 자체적으로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합법적으로 결정된 국책사업이 적절하지 못한 주민투표로 번복된다면 무법천지와 다를 바 없을 뿐만 아니라, 국책사업의 확정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문제는 주민투표의 대상과 방식 및 효력이다. 영덕군은 2010년 삼척·울진과 함께 정부의 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라 군의회가 만장일치로 원전 유치를 신청했고, 이후 전문가들로 구성된 부지선정위원회의 객관적 평가를 거쳐 정부는 삼척과 영덕을 원전 후보 부지로 선정·고시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 영덕지역에서 준비하고 있는 주민투표는 주민투표법 제7조 2항에 근거해 투표대상이 될 수 없다.
현재 영덕에서 일부 주민단체에 의해 추진되는 주민투표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선관위가 아닌 원전유치 반대 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인명부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하려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책사업을 일방적, 강압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합법적으로 결정된 국책사업에 대해 민주의 탈을 쓰고 불법적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정부 및 원전사업자는 적법하지 않은 주민투표에 연연하지 말고 꾸준히 투명하게 원전의 안전성 향상 노력과 지역발전 방안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함철훈 한양대 교수
[기고-함철훈] 영덕에서 추진되는 주민투표, 법적 근거 없어
입력 2015-10-20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