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두산 플레이오프 2차전] 스튜어트, 진짜 공룡이었다

입력 2015-10-20 01:16
NC 다이노스 선발 재크 스튜어트가 19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스튜어트는 두산 타선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완투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19일 열린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1차전을 진 홈팀 NC는 막판까지 패색이 짙었다. 타선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며 점수를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잘 던지던 선발 재크 스튜어트가 8회초 오재원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맞고 0-1로 끌려갔다. 홈에서 2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곧바로 8회말 반전이 일어났다. NC는 112구를 던진 두산 선발 장원준이 물러나고 함덕주가 마운드에 올라서자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손시헌이 좌익수 앞 1루타로 물꼬를 텄고, 지석훈이 좌익 선상을 가르는 천금의 2루타를 날려 1-1 동점을 만들었다. NC 벤치는 추가점을 올리기 위해 희생번트로 주자를 3루로 갖다 놓았다.

이어진 김성욱의 타석. 김성욱은 투볼 노스트라이크에서 갑자기 스퀴즈 번트를 대는 포즈를 취했고, 3루 주자 지석훈은 그대로 홈으로 돌진했다. 이에 놀란 함덕주는 포수가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이 공을 던졌다. 지석훈은 환호성을 지르며 홈플레이트를 밟아 결승점을 뽑았다. 공식 기록은 폭투였다. 지석훈은 “스퀴즈 사인이 나서 스타트를 좀 빨리 끊었다. 투수가 뛰는 걸 생각해 잘못 던진 것 같다”며 “의미 있게 이겨서 더 좋은 분위기에서 (3차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NC는 천신만고 끝에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전적 1승 1패를 만들며 한숨을 돌렸다. 또 포스트시즌 홈 첫 승을 거둬 기쁨이 더했다. 반면 원정 싹쓸이를 노리던 두산은 스퀴즈에 무너지며 3차전을 기약하게 됐다.

마운드에선 선발 스튜어트가 빛났다. 스튜어트는 오재원에게 홈런을 내주긴 했지만 상대 타선을 공 122개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9이닝 3피안타 8탈삼진 3볼넷으로 완투승을 거뒀다. 완투승은 플레이오프에서 통산 17번째, 포스트시즌에서는 43번째다. 스튜어트는 2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승장 김경문 NC 감독은 “(스퀴즈 번트로) 승부를 걸었는데 운 좋게 들어맞았다”며 “(금메달을 땄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이상으로 감독으로 마음을 졸였고 이기고 싶었다. 홈 팬들에게 승리를 보여주고 싶어 마음속으로 빌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두산 타자들의 노림수가 좋아 3차전에서는 투수를 잘라 투입하는 운영을 하겠다. 타순 변경도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패장 김태형 두산 감독은 “스튜어트의 공이 워낙 좋았고, 우리 선수들이 이를 대처하지 못해 어려운 경기를 했다”며 “분위기를 잘 추슬러 (3차전에는) 홈 이점을 살려 잘 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3차전은 장소를 바꿔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오후 6시30분에 열린다. 선발 투수는 손민한(NC)과 유희관(두산)이다.

창원=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