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여야 대표 등 ‘5자 회동’ 제안 배경] ‘국정화 정국’ 돌파… 또 담판카드 꺼냈다

입력 2015-10-19 22:10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에게 5자 회동을 제안했다. 사진은 지난 3월 17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초청해 자리로 안내하는 모습. 국민일보DB

방미 일정을 마치자마자 만만치 않은 국내 현안을 마주한 박근혜 대통령은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정공법을 선택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론이 분열돼 자칫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의 추동력까지 상실될 위기감이 커지자 여야 지도부와의 담판 카드를 내민 것이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19일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한 것에 대해 “야당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현안이 있을 때 피해 가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은 ‘박 대통령의 자신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와 만나 ‘역사 전쟁’ 담판을 하는 것도 불리할 게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회동이 성사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야당 의견을 최대한 듣는 모양새를 갖춘다면 지금보다는 반대 수위가 잠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 회동이 성사될 경우 오는 22일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이 이뤄지면 지난 3월 17일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청와대 3자 회동 후 7개월 만의 만남이 된다. 이 경우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예산안 등을 둘러싸고 막힌 정국에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되지만 야당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새정치연합 측은 청와대 회동의 참석 범위와 의제에 대해 다른 의견을 냈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의 ‘5자 회동’을 제안 받은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동’을 역제안한 것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당 지도부 회의를 소집해 논의한 끝에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경제 살리기와 국정 교과서 문제 등 당면 국정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야당의 이 같은 역제안은 교과서 문제로 청와대와 관계가 급도로 냉각된 상태에서 교과서 문제에 대한 논의를 담보하지 않은 채 방미 결과 설명회의 ‘들러리’로 설 경우 ‘빈손 회동’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회동 제안을 받은 후 즉각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최고위원들은 “여야 원내대표까지 회동에 참석하면 여야 간 논쟁만 벌어져 결국 대통령이 자기 할 이야기만 하고 끝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이 같은 최고위원들의 지적을 수용해 역제안을 한 것이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논의할 수 있는 의제는 열려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이번 회동에서 국정 교과서 문제를 집중 지적할 계획이다. 문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를 제외한 3자 회동을 청와대에 역제안한 것을 두고 당내 ‘투 톱’ 간 불편한 감정도 감지됐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산안과 노동개혁 관련 법안 등 원내 현안이 많은데 그런 것을 다 대표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새정치연합의 ‘3자 회동 역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청와대도 새정치연합의 역제안에 대해 일단 부정적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장희 최승욱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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