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가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1차 집결지’인 터키를 방문해 난민 유입 억제를 촉구했다. 그간의 반대 입장을 뒤집고 터키의 오랜 숙원인 ‘유럽연합(EU) 가입’ 지지라는 거부하기 힘든 당근까지 제시하면서 절실함을 내비쳤다.
18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와 연달아 회담을 갖고 “터키와 EU는 터키의 EU 가입과 터키 시민에 대한 비자 제한 완화를 위한 협의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터키는 근대공화국 창립 100주년인 2023년 전 EU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간 터키 정부의 인권문제를 이유로 가입에 반대해 왔던 독일의 입장 변화는 유럽으로 쏟아지는 대규모 난민을 막아야 한다는 EU의 절박한 사정 때문이다. 난민 유럽행의 출발 선상인 터키가 국경 관리를 강화해 시리아 등에서 유입되는 난민을 일차적으로 차단한다면 통제 불능의 난민 파국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터키 일간 휴리에트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EU 가입협상 활성화, 30만 유로의 구호자금 지원, 터키인의 유럽 비자 면제와 터키 정상의 EU 정상회의 초청’ 등 4가지 카드를 제시하며 대규모 난민의 ‘1차 필터링’을 터키 정부에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헝가리의 국경 봉쇄로 ‘발칸 루트’가 요동치면서 신규 경유지로 급부상한 슬로베니아는 쏟아지는 난민을 감당하지 못하고 하루 2500명으로 수용인원을 제한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에 이어 슬로베니아까지 관문 국가들이 순차적으로 유입 상한선을 설정하면서 독일과 북유럽으로 향하는 상당수 난민의 발이 묶이게 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위기의 난민정책] 메르켈의 묘수는…
입력 2015-10-19 2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