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남북 이산상봉] 1회차, 부모-자녀 상봉 5가족뿐

입력 2015-10-19 23:02

20일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석하는 방문단은 남북 모두 대부분 80∼90대 고령자들이다. 분단이 70년 넘게 이어지면서 숨진 사람이 많아 이번 1회차 상봉에서 부모와 자녀가 만나는 건 다섯 가족에 불과하다.

상봉을 앞둔 남측 대상자 389명은 19일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속속 모여들었다. 가족들은 2박3일치 짐을 실은 트렁크와 가방을 들고 이산가족 등록을 위해 줄을 섰다.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정부는 상봉단에 고령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의료진을 지난해보다 대폭 늘려 의료인력 20명과 구급차 5대를 파견했다.

등록을 기다리던 편숙자(78·여)씨는 다리가 아픈 듯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북에 있는 사촌오빠 편히정(84)씨를 만날 예정이다. 편씨는 “오빠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살점이 벌벌 떨린다. 반가워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나도 얼굴은 모를 텐데, 혈육이니까 반갑지”라고 했다.

정정애(47·여)씨는 삼촌 정규현(88)씨에게 줄 초코파이와 약품을 준비했다. 정씨는 “초코파이가 귀하다고 해서 여덟 박스나 챙겼다. 파스와 두통약도 챙겼다”고 말했다. 고령의 삼촌이 약을 구별하지 못할까 걱정된 정씨는 두통약에 ‘머리 아플 때 드세요’, 파스에 ‘일하다 다쳤을 때 붙이세요’라고 쪽지를 붙였다.

권오희(97·여)씨는 북에 남겨놓은 아들 이한식(80)씨를 만난다. 딸 이순부(77)씨와 셋째아들 이만인(64)씨, 막내아들 이정인(56)씨와 함께 접수대 앞에 섰다. 이정인씨는 “북에서 연락을 받았다. 전에는 돌아가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권씨에게 아들을 만나는 소감을 묻자 “말도 못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대한적십자사(한적)는 고령자를 위한 휠체어 34대를 준비했다. 이 중 24대가 대여돼 상봉 일정 동안 쓰일 예정이다. 동생 임달수(81)씨를 만나는 임찬수(88)씨도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앉아 금강산에 간다. 그는 동행하는 동생들에게 “(북측 가족에게 줄) 선물을 잘 포장하라”고 말하며 이따금씩 일어서기도 했다.

현재 남한에 있는 전체 이산가족 규모는 60만명에서 최대 7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사자와 가족을 합한 수치다. 통일부에 등록된 생존 이산가족은 지난 9월 말 기준 6만6488명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3만5844명이 80세 이상 고령자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대규모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북측 상봉 인원은 방문단 96명과 동반가족 45명 등 총 141명이다. 당초 북측은 97가족이 상봉할 예정이었으나 남측 가족의 건강이 좋지 않아 상봉에 참여할 수 없어 한 가족이 제외됐다. 이산가족들은 2박3일간 여섯 차례에 걸쳐 12시간 동안 상봉을 진행한다.

조성은 기자, 속초=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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