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군국주의 유물 폐쇄된 날… 거리엔 ‘反아베’ 함성

입력 2015-10-19 21:18
일본 도쿄의 도심인 시부야에서 18일 오후 학생단체 ‘실즈(SEALDs)’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 수천명이 집단자위권 법안 통과 한 달을 맞아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사히신문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전투기와 군함 등 무기를 연구·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교육시설이 전후 70년 만에 폐쇄된다.

19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대학은 과거 ‘도쿄제국대학 제2공학부’가 있었던 생산기술연구소 실험실을 폐쇄하고 내년부터 인근 가시와 캠퍼스(지바현 가시와시 소재)로 실험실을 이전하기로 했다. ‘전범대학’ 또는 ‘전범학부’로 불렸던 도쿄제국대학 제2공학부는 태평양전쟁 중이던 1942년 4월 군부의 압력으로 전투기나 군함 등 군수산업의 기술자 육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다. 일본군은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전쟁 기간 내에 군수산업을 지탱할 수 있는 공학자와 기술자 양성을 위한 교육시설을 세우기로 방침을 정했다. 해군 출신의 히라가 유주루 도쿄제국대 총장은 이를 위해 항공, 기계, 전기, 토목, 건축, 선박 등 10개학과 등 도쿄 본교에 있는 제1공학부와 유사한 구조의 제2공학부를 지바시에 설립했다.

일본 패전 후 1951년 이 학부에 대한 폐지 여론이 높아지면서 생산기술연구소로 탈바꿈하는 형태로 제2공학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제2공학부 졸업생 2500명 가운데 상당수가 이곳에서 배운 높은 기술력 등을 통해 전후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후지쓰의 회장을 지낸 야마모토 다쿠마(1925∼2012)나 ‘일본 우주개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토가와 히데오(1912∼1999) 등이 모두 제2학부 졸업생이다. 학부 폐지 이후에도 건물은 생산기술연구소 실험실로 사용돼 오다가 올해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폐지하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집단자위권 법안(안보법안 관련 법안 제·개정안 11개)’을 강행 처리한 지 한 달을 맞아 도쿄 도심에서는 전날부터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집회가 이어졌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전했다. 학생단체 ‘실즈(SEALDs)’를 비롯한 시민단체 수천명은 이날 도쿄 시부야에서 ‘9월 19일(연립여당이 법안을 통과시킨 날)을 잊지 않는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원전 재가동 정책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과도 연계해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까지 아베 정권에 대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또 매달 19일마다 집단자위권 법안 폐지를 위한 행동의 날을 지정해 인터넷을 중심으로 참가자를 모집하고 서명활동 등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집단자위권 법안 심의 기간 중에 유모차를 끌고 나와 눈길을 끌었던 ‘안보관련법에 반대하는 엄마모임’도 자녀들과 법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피크닉 등을 이어가기로 하는 등 일본 시민사회 곳곳에서 ‘반(反) 아베 전선’이 구축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집권 자민당은 2017년 헌법 개정에 대한 국회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