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 바람에… 스위스 총선 ‘우향우’

입력 2015-10-19 21:19
유럽 난민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스위스 총선에서 민족주의 성향의 보수정당이 약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공영방송 SRG는 18일(현지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국민당(SVP)이 전체 하원 의석 200석 가운데 65석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현재보다 11석 늘어난 것이며, 지지율은 2011년 총선의 26.6%에서 29.4%로 상승했다.

친(親)기업 성향의 중도 우파정당인 자유민주당 의석도 30석에서 33석으로 늘어나 두 보수정당의 의석수 합이 과반에 조금 못 미치는 98석이 됐다. 반면 사회민주당의 의석수는 46석에서 3석 줄고 녹색당과 녹색자유당의 의석수도 9석 줄었다.

독일·오스트리아 등 이웃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난민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스위스의 이러한 ‘반(反)이민 바람’은 난민 사태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유럽 전역에 크게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스위스는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이민 유입을 제한하기로 한 바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gfs.베른이 총선 직전 진행한 조사에서 스위스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이민자 문제를 스위스의 가장 큰 현안으로 꼽았다. EU와의 관계나 의료서비스, 실업률, 환경 문제 등을 가장 큰 이슈로 꼽은 응답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극우정당으로 분류될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한 국민당은 EU 회원국에서 온 이민자를 포함해 스위스에 들어오는 이민자의 수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위스의 EU 가입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제네바대의 파스칼 시아리니 교수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 결과는 스위스 정치에 있어 커다란 변화”라며 “무게중심이 확실히 오른쪽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루체른대학 정치학과 요아힘 블라터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지난 4년간 정부가 중도성향이었다면 앞으로 경제적으로 자유주의적이면서 정치적으로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