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는 나아졌지만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이다. 힘들 때 의지하고 싶은 사람은 없고 건강만족도는 꼴찌 수준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어린이는 아버지와 노는 시간이 하루 평균 3분에 불과했다.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내놓은 ‘2015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서 한국인들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0점으로 OECD 평균(6.58점)보다 낮았다. 삶의 만족도 순위에서도 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은 27위를 차지했다.
한국 사람들은 어려울 때 의지할 친구나 친척이 없었다. 이를 알아보는 ‘사회 연계 지원’ 부문에서 한국은 지난해 72.37점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였다. OECD(88.02점)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점수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주위에 의지할 사람은 없었다. 15∼29세는 93.29점으로 OECD 평균(93.16점)보다 높았지만 50세 이상은 67.58점에 불과했다.
한국인의 건강 만족도도 2013년 35.1점으로 44.8점이었던 2009년보다 낮아졌다.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에 만족하는 정도는 OECD 평균(68.8점)보다 20점 이상 낮아 34개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밤에 혼자 있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는 정도도 한국(61점)의 순위는 28위로 OECD 34개국 중 하위권이었다.
한국 아이들도 삶의 질은 좋지 않았다.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은 OECD 국가들 중 가장 짧은 하루 48분에 불과했다. 이 중 아버지가 같이 놀아주거나 책을 읽어주고 공부를 가르쳐주는 시간은 하루 3분이었다. OECD 평균은 하루 151분이고 이 중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은 47분이다.
이에 비해 한국 어린이들의 학업성취도는 OECD 최상위권이었다. 15세 이상 읽기 능력은 2위,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 능력은 1위였다.
삶의 질은 낮았지만 경제적인 상황은 나아졌다. 한국의 가구당 순가처분소득은 2013년 기준 2만270달러로 금융위기 여파로 휘청거렸던 2009년보다 12.28%의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의 상승률은 OECD 29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정규직 근로자의 연평균 총소득 증가율도 한국이 7.3%로 30개국 가운데 1위였다.
OECD는 한국이 물질적 웰빙 지수로 볼 수 있는 가계 수입과 금융 자산, 고용의 증가, 장기 실업률 감소 등이 2009년 이후 좋아졌다고 평가하며 금융위기 이후 물질적 토대가 나아진 대표적인 나라로 독일과 함께 한국을 꼽았다.
경제적 토대는 좋아졌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한국 근로자의 남녀 소득 격차는 20%를 넘어 에스토니아, 일본, 이스라엘과 함께 OECD 회원국 중 남녀 소득 격차가 큰 나라로 꼽혔다. 소득 불평등도 컸다. 상위 20%의 수입은 하위 20%의 6배나 됐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살림 폈다는데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 삶의 만족도 OECD 최하위권
입력 2015-10-19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