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전 부치고 팥죽 쑤어 지교회 15개 세웠어요”… 전주 바울교회 15년 이어온 ‘행복 바자회’

입력 2015-10-19 20:19
전주 바울교회 성도들이 지난 14일 전주시 완산구 교회 주차장에서 열린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행복 바자회’에서 돼지불고기를 만들어 팔고 있다.

전주 바울교회(원팔연 목사)의 바자회는 규모부터 남달랐다. 6600여㎡(2000여평)에 이르는 바울교회 주차장에서 진행됐고 수익도 수천만원 대였다.

바울교회는 지난 13∼15일 교회 주차장에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행복 바자회’를 열었다. 값 싸고 질 좋은 상품을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지역 상인들을 유치해 지역경제도 살리자는 취지다.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찾아간 바울교회 주차장은 바자회용 천막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본부석 옆에 놓인 대형 스피커에선 제품을 홍보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천막 아래에서 성도들은 김치를 버무리고 파전, 육개장을 만들어 내놨다. 명태 머리, 울릉도 오징어 등 해산물과 청국장 포도 사과 등 농산물도 팔았다.

한쪽엔 특설무대가 설치됐다. 이곳에선 저녁 6∼8시 색소폰과 아쟁 연주, 워십 댄스 등이 펼쳐졌다. 주민들의 쇼핑 편의를 위해 교회는 교육관 2층에 에어바운스를 설치한 놀이방도 만들었다. 바울교회 성도인 친구를 따라왔다는 김효득(60·여)씨는 “생각보다 바자회 규모가 크다”면서 “전주 시내 어떤 시장도 이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주관하는 바자회치고 수익도 만만찮았다. 바자회 실무를 맡고 있는 김재형(42) 부목사는 “매년 평균 4만여명이 바자회를 찾기 때문에 수익이 수천만원대”라고 밝혔다.

바울교회는 이렇게 번 수익금으로 지교회를 세운다. 그동안 군산 바울교회, 대전 바울교회, 구리 바울교회, 부천 바울교회 등 15개 교회의 설립을 도왔다. 이번 바자회 수익금으로 또 다른 지교회를 세울 계획이다.

바자회에 손님이 많자 성도들은 덩달아 신이 났다. 새알 팥죽 판매대의 김정숙(60·여) 권사는 “어제 6000원짜리 팥죽 400여 그릇을 팔았는데 오늘은 3시가 되기 전에 이미 400그릇을 다 팔았다”고 자랑했다. 그는 “15년째 바자회를 하다 보니 음식 맛도 일품”이라며 “포장해가는 동네주민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손님들이 먹고 난 그릇을 치우는 등 테이블 정리를 맡은 안수집사 최기술(53)씨는 “바자회 때마다 휴가를 내 봉사하고 있다”며 “건설회사 이사로 일하고 있어 서빙은 해본 적이 없지만 평소 가사를 도왔기 때문에 별 어려움은 없다”고 웃었다.

한복을 입은 10여명의 건장한 남성들도 눈길을 끌었다. 힘쓰는 일에 동원되는 바울교회 부목사 전도사 청년 등으로 ‘머슴’이라고 불렸다. 이들은 본부석 인근에서 대기하다가 여성도들이 부르면 어디든 달려갔다.

과일 등 무거운 제품은 배달도 해줬다. 바울교회 부목사 6명이 맡았다. 이들은 교회 차량을 이용해 물건을 집에까지 실어다 준 뒤 그 가정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성도 집이면 심방, 비기독교인의 집이면 전도를 하는 셈이다.

원팔연 목사는 “행복 바자회는 바울교회, 더 나아가 바울교회 인근 지역의 마을축제”라며 “이번엔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아 더욱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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