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마음 놓고 책을 볼 수 있는 곳을 문 닫지 말아주세요.” 최근 서울 서초구에 이런 민원이 수십 건 들어왔다. 서초구 매헌로에 둥지를 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 2층에 있는 ‘윤봉길 새책 도서관’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이 도서관은 2013년 10월 문을 연 뒤 지역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지난달 19일 기념관 1층에 ‘도서관은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도 같은 내용의 표지판이 세워졌다. 하지만 도서관은 안내문과 달리 운영되고 있다. 다만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 기념관을 운영하는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는 도서관을 운영하는 곳과 협의 없이 공문을 붙였다고 한다. 이 도서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기념사업회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윤 의사의 조카 쪽과 손주 쪽으로 나뉘어 소송전을 벌여왔다. 이전까지 기념관을 운영하던 조카 쪽은 개인에게 무상임대를 해주며 도서관을 운영하게 했다. 시민들을 기념관으로 끌어들이고 역사도서를 소개하자는 취지였다.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인 ‘윤봉길 새책 도서관친구들’은 1000여만원을 들여 이곳을 리모델링하고, 출간 2년 안팎의 새 책을 구비했다. 70여명이 소속된 ‘도서관친구들’은 매월 1인당 2000원씩 후원금도 내고 있다. 그러다 지난 3월 기념관 운영 주체가 손주 쪽으로 바뀌면서 도서관 정리 얘기가 불거졌다.
도서관 측은 “도서관을 이만큼 꾸려올 때까지 들인 노력을 무시하고 무작정 나가라고 하는 것은 억울하다. 끝까지 이곳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주민 안은실(36·여)씨는 “누구나 들러 책을 소개받고 부모들이 교육 정보를 나누는 동아리 활동도 꾸준히 이어져 온 곳”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기념사업회 측은 “돈 한 푼 내지 않고 계약 관계도 명확하지 않은 사립 도서관에 장소를 내 줄 이유가 없다”며 “전시관이나 역사도서관으로 바꿔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19일 “주민 복지를 위해 원만하게 합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상태”라면서도 “사립 도서관이어서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글·사진=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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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처지 놓인 ‘윤봉길 도서관’
입력 2015-10-19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