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반기 외교안보 라인 새 바람이 필요하다

입력 2015-10-19 18:46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에 필요한 핵심기술 이전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교체됐다. 이 사안은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다. 방위사업청은 대미 협상에서 애당초 4개 핵심기술을 받지 못할 개연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전파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 지난 4월 미국이 이전 불가를 통보했을 때도 두 달 가까이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것마저도 박근혜 대통령은 바로 보고받지 못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대통령 방미를 수행하며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에게 기술 이전을 다시 요청했으나 싸늘하게 거절당했다.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힐 때부터 ‘성사되지 않을 것이지만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점만 보여주는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니 굴욕 외교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절충교역으로 ‘KF-X 개발에 필요한 관련 기술 최우선 확보’ 전제 하에 F-35 구매 계획을 수정 심의·의결한 것은 2014년 3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 결과다. 당시 방추위원장은 김관진 국방장관이었다. 전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고위 관계자이며, 지금은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안보 정책의 최고 책임자이기도 하다. 외교안보 라인의 혼선이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후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그다지 가시적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초기에 군출신 외교안보 라인이 주도했던 원칙적 대북 강경 대응은 사실상 실패했다. 이산가족 상봉이 예정돼 있지만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은 없다. 대일 외교는 결국 돌고 돌아 정상회담이 가시권으로 왔다. 굳이 KF-X 사업 혼선에 대한 책임론을 따지기 전에 임기 후반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외교안보 라인의 총체적인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군사외교를 군인 출신들에게만 맡겨놓는 것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은 작금의 복잡한 동아시아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중국 경사론’에 곤혹스러워했던 박 대통령은 처음으로 펜타곤에서 의장대 공식 사열 등의 환대를 받았고, “지난 70년 동안 한·미동맹은 항상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섰다”는 공개 연설로 굳건한 한·미 관계를 과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은 한국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을 원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방점은 “박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요청하는 것은 만약 중국이 국제 규범과 법을 준수하지 못한다면 미국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한국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한·미 공통의 이해라고 규정했다. 추상적인 인사치레 뒤에 내편에 서 달라는 구체적이고 강력한 요구를 면전에서 한 것이다.

동아시아를 둘러싼 외교안보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로 파열음이 날 가능성이 많다. 지금의 청와대와 외교·국방부 외교안보 책임자들이 조만간 불어닥칠지도 모르는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