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7일(현지시간) 오후. 궂은 날씨임에도 영국 런던 구세군 국제본부 앞에는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의 발길로 북적거렸다. 구세군 국제본부는 건물 전면이 유리다. 내부 모습이 훤히 보였다. 관광객들은 구세군 국제본부 안을 들여다보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 1:14) 건물 통유리창(벽) 곳곳에 쓰여 있는 성경 구절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매년 연말 자선냄비를 운영하는 구세군은 기독교의 한 교파로 150년 전 영국 런던에서 감리교 목사였던 윌리엄 부스(William Booth)와 그의 부인 캐서린 부스가 런던 동부지역 빈민가 등을 찾아가 노방전도를 한 데서 시작했다. 구세군 국제본부는 런던의 관광명소인 세인트 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 미술관 사이에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성당인 세인트 폴 대성당과 템스강을 가로지르는 보행자 다리 ‘밀레니엄 브리지’, 화력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개조한 테이트 모던을 보기 위해 연간 300만명이 구세군 본부 앞을 지난다.
관광객들의 느릿느릿한 발걸음과는 달리 국제본부 직원들은 시리아·북아프리카 난민들을 돕는 일로 여념이 없었다. 국제본부 홍보 담당 브래드 할스 참령은 “건물을 속이 다 보이도록 투명한 유리로 만들고 외벽에 성경구절을 써 놓은 것이 특징”이라며 “우리의 정체성과 구세군 운영 철학인 투명성을 본부 건물로 설명하려 한 것”이라 말했다.
건물 곳곳에는 복음적 메시지와 행정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구세군의 정신이 그대로 녹아 있다.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의 국제본부 건물 로비에는 영상회의나 예배 때 쓰이는 회의실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한 면이 통유리로 돼 길과 완전히 맞닿아 있다. 구세군 사관·직원의 회의나 예배 모습을 행인들도 볼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2층의 예배실과 세계 대장 집무실 역시 외부에서 한 눈에 보이는 위치에 배치했다. 특히 건물 중심부에 자리 잡은 예배실은 은은한 주황색 조명을 설치해 야간에도 십자가가 잘 보이도록 꾸몄다.
국제본부 건물은 10여 년 전에 현재의 형태로 재건축했다. 규모는 이전보다 작다. 기부금을 허투루 쓰지 않으며 사관의 업무공간은 간소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할스 참령은 “이전 건물의 3분의 1 정도만 사용하는데 이는 127개국에 지부를 둔 국제본부치고는 규모가 작은 편”이라며 “구세군의 사명과 철학을 대중에게 명확히 알리는 것도 우리에겐 사역만큼 매우 중요한 일”이라 설명했다.
구세군 국제본부는 전세계 지부 구세군과 협력해 세계를 무대로 긴급구호, 교육, 사회사업 등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각국 구세군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사회사업을 펼치기 때문에 국제본부는 재무감사와 사관 리더십 교육을 맡고 있다. 기부금을 모아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단체인 만큼 구세군 국제본부는 전 세계 구세군에게 재정 투명성 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하는 편이다. 국제본부는 각국 구세군에게 매년 내·외부 회계감사를 받도록 요구하며 격년마다 회계 감사를 직접 실시한다.
국제 이슈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도 심혈을 기울이는 일 중 하나다. 현재 구세군 국제본부는 유럽 30개국 구세군과 협력해 시리아 난민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리스 구세군은 독일에 가기 위해 보트를 타고 코스·레스보스섬에 도착한 시리아·북아프리카 난민들에게 음식과 구호물품을 제공했다. 헝가리 구세군은 난민에게 의류, 위생용품, 침낭, 음식을 제공했으며 독일 구세군은 지역자치단체 및 비영리단체와 힘을 합쳐 난민들에게 쉼터 제공, 독일어 교습 등을 지원했다. 구세군 국제본부는 매주 유럽 내 난민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조만간 난민들의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국제 구세군 대표들과 논의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매년 9월 넷째 주 일요일을 ‘인신매매 피해자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해 인신매매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 아프리카·인도 대륙 내 어린이 교육과 여성 보건 사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구세군 국제본부는 이러한 사역을 위해 한국 그리스도인이 함께 기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할스 참령은 “한국교회는 기도를 열심히 하고 타인을 돕는데 관대해 세계 여러 구세군에게 굉장히 큰 영감을 주고 있다”며 “세계 곳곳의 아픔을 위로하는 구세군의 사역에 한국교회가 계속 기도로 지원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런던=글·사진 양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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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 세계 127개국 구세군 본영 런던 국제본부 가보니…
입력 2015-10-19 2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