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나라 살림살이를 결정할 국회 예산심의가 본격화됐다. 이번 주부터 정부가 제출한 386조7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심의해 12월 2일까지 본회의에서 의결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여야가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종 쟁점 사안에 대해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예산심의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정기국회에서 예산심의는 다른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 비록 큰 틀의 예산 편성은 정부가 하지만 국민 세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국회가 조목조목 따지지 않으면 안 된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정쟁에 몰두하느라 부실·겉핥기 심의가 되는 일이 없도록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겠다.
예산심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여야 쟁점 사안과 예산심의를 연계하는 것이다. 비록 연관성이 있는 문제라 하더라도 이를 연계할 경우 예산심의는 중단, 혹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대책 없이 손놓고 있다 처리 시한에 쫓겨 막판에 흐지부지 통과시키곤 하는 게 해마다 반복되는 병폐다.
이런 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걸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를 제외한 모든 상임위에서 예산심의를 정상 진행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여론의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교문위도 야권이 국정화 시민불복종운동을 벌이는 것과 별개로 예산심의는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옳다. 여야는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노동개혁과 한·중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문제 등을 원만하게 처리해 관련 상임위에서 ‘연계투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다. 특히 노동개혁의 경우 5개의 법률 개정이 걸린 사안이어서 예산국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서둘러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쪽지예산’을 추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예산심의를 마무리하면서 힘센 의원들끼리 지역구 사업을 위해 일정한 규모의 예산을 나눠 갖는 쪽지예산은 우리 국회의 부끄러운 적폐다. 이런 행태는 올해처럼 총선을 앞둔 해에 더욱 기승을 부린다. 국회의장단과 여야 지도부, 예산결산특위 위원 등이 일찌감치 쪽지예산 편성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다짐할 필요가 있다. 쪽지예산은 세금 도둑질에 다름 아니다.
[사설] 막 오른 예산국회, 정쟁으로 시간 허비 말길
입력 2015-10-19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