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말씀이 사람의 마음을 입는다’. 성경 본문이나 복음 메시지를 손으로 쓴 성경 캘리그라피(Calligraphy·손글씨)가 주목받고 있다. 신학대학이나 교회에서 말씀 캘리그라피 전시회가 열리고,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성경 캘리그라피가 인기이다. 성경 캘리그라피를 담은 생활용품도 크리스천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청현재이 캘리그라피 문화선교회는 오는 31일 종교개혁일을 맞아 성경 캘리그라피 깃발을 전시하는 말씀문화 캠페인을 벌인다고 20일 밝혔다. 선교회는 각 교회와 기독교 단체의 캠페인을 지원하기위해 다음달 22일까지 선교회 홈페이지(cjcm.co.kr)에서 작품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작품을 다운로드 받은 뒤 출력해 교회 안팎에 설치하면 된다. 청현재이 캘리그라피 문화선교회는 성경 말씀을 캘리그라피로 표현해 복음을 전하는 선교단체다.
임동규(51) 선교회 회장은 “캘리그라피 말씀축제가 우리 삶을 회복시키고, 공동체를 하나로 만들고, 세상을 말씀으로 물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교회는 지난해부터 4월 부활절과 10월 종교개혁기념일(498주년)을 맞아 감신대 서울신대 연신원 총신대 한세대 등 7개 신학대 캠퍼스에서 말씀 깃발전을 3차례 열었다.
선교회는 한국 교회 안팎에서 주요 절기마다 말씀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깃발전 오프닝 예배는 31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성광감리교회에서 열린다. 15년 동안 광고회사를 운영한 임 회장은 힘들 때마다 붓펜으로 성경을 쓰면서 위로 받았다. 그는 “한 달에 1∼2차례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사 41:10)는 성구를 썼다. 울컥할 때가 많았다. 캘리그라피로 다른 사람들에게 말씀의 힘을 전하기 위해 선교회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선교회는 캘리그라피 아카데미를 통해 문화선교사 40여명을 양성했다. 임 회장이 만든 말씀 캘리그라피 소품 브랜드 ‘그레이스벨’(그레이스벨.com)은 중국에서 ‘짝퉁’까지 나온다. 그는 “어떤 사람은 짝퉁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짝퉁은 ‘말씀’까지 그대로 복사하기 때문에 뜻하지 않게 선교에 활용되는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한다.
길 위에서 보는 캘리그라피의 효과도 크다.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와 고려은단(회장 조창현)은 경기도 성남 판교채플 외벽과 용인 옥외 광고판에 각각 ‘살아줘서 고마워’ ‘JESUS LOVES YOU’를 세웠다. 두 문구는 경부고속도로 위에서 잘 보인다. 김형민 우리들교회 부목사는 “교회 펼침막을 본 운전자들이 교회에 문의하거나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고려은단 관계자는 “그 문구에 위로를 받거나 자부심을 느꼈다는 크리스천들이 회사로 전화를 주신다”고 했다. 이 광고는 지난해 1월 조창현 고려은단 회장의 뜻으로 만들어졌다. 고속도로 옥외광고 집행비는 매월 수 천 만원에서 수 억 원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 광고의 내용은 생명의 근원 되시는 하나님이 마음을 전한다.
페이스북에는 ‘성경캘리’(facebook.com/biblecalli)라는 유명한 페이지가 있다. 지난해 초 개설된 이 페이지는 팔로워가 8000여명이다. 운영자 연다희(26·경기도 광주 영광교회)씨는 “광고회사에서 기획자로 일하다 어깨너머로 캘리그라피를 배웠다. 예쁜 사진 바탕 위에 캘리그라피로 성구를 쓰면 청년들에 잘 전해지겠다 싶어 시작했다”고 한다.
연씨는 “손으로 쓴 글씨가 사람들에게 말씀의 감동을 더 많이 주는 것 같다. 제가 쓴 성구로 서로를 위로하고 선교가 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성구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전도도 된다”고 했다. 다양한 성경 캘리그라피를 활용한 생활용품도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 ‘고집쟁이녀석들’(kozip.net)은 20가지 찬송가 가사가 적힌 종이컵을 판매한다. 고집쟁이녀석들 관계자는 “아름다운 기독교 용품을 만들고 싶다. 디자인을 세련되게 하면서 말씀도 전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했다. 길거리 전도나 교회 자판기 용도로 꾸준히 판매된다. 성경 캘리그라피를 활용한 시계, 손거울, 촛불 등 생활용품은 다양하다. 앞으로 더 다채롭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말씀에는 하나님의 영이 담기고, 글씨에는 사람의 친근함과 따뜻함이 표현된다. 캘리그라피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이유다.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말씀 손글씨로 복음의 향기 전한다… 생활 속에 녹아 드는 성경 캘리그라피
입력 2015-10-20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