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모바일 중심의 서비스 ‘싸이홈’을 야심 차게 내놓았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각종 오류와 접속 장애로 몸살을 앓았을 뿐 아니라 사실상 일부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이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싸이월드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싸이홈을 10월 5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미니홈피의 방명록, 일촌평, 쪽지는 삭제하기로 했으니 추억을 간직하고 싶으면 9월 30일까지 백업하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개편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다. 서버 과부하로 백업 센터는 마비됐고 싸이홈은 출시하자마자 닫혔다. 각종 오류가 발생하면서 비공개 글이 노출됐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서버 불안정 문제는 해결됐다. 일주일이 지난 12일부터 모바일 버전이 열렸고, PC 버전은 보름이 지난 19일이 돼서야 열렸다.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싸이월드 측이 블로그와 미니홈피의 콘텐츠를 싸이홈에다 통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기존의 블로그에 있던 각종 기능을 대폭 축소해 버린 것이다. PC 기반 서비스인 블로그는 홈페이지를 꾸밀 수 있는 위젯 기능과 콘텐츠를 첨부하고 사진을 편집할 수 있는 글 작성 도구를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현재 싸이홈은 페이스북 수준의 기능만을 지원하고 있다. 블로그 이용자 입장에선 자신이 정성스럽게 꾸며놓은 공간이 이렇다 할 설명이나 통보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앞으로도 싸이홈을 통해 블로그 형식의 글을 작성할 수 없기도 하다.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게 된 이들은 “애지중지 가꿔왔던 사용자로서 너무 화가 난다”라거나 “설마 개인이 포스트를 다 옮겨 이사 가라는 건 아니겠지”라며 분노하고 있다.
싸이월드 측이 매년 선정하는 파워블로거(TOP100)였던 A씨는 “사진을 찍어도 업로드 할 곳이 없어 난감하다”며 “어처구니없다 못해 화가 난다. 수익이 안 나는 이용자들을 탈탈 털어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파워블로거 B씨는 “블로그를 즐기는 사람들이 뻔히 있는데 그 의견을 묻지도 않고 없애버린 셈 아니냐”며 “어린아이에게 칼을 맡겨 놓은 느낌이 들었다”고 날을 세웠다.
싸이월드 측은 “블로그를 유지하고 싶었지만, 회사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보 담당자는 “구 시스템에선 오류가 많았고 복구 비용과 서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그대로 가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블로그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부분은 인력이 부족했든, 자금이 부족했든 저희의 책임이며 죄송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ideaed@kukinews.com
“방 빼” 충성 블로거들 내팽개치는 싸이월드
입력 2015-10-21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