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55) 목사는 1989년 경기도 동두천시에 교회를 개척했다. 규모가 크진 않아도 목양의 행복을 느끼며 사역에 전념하던 그를 흔든 건 ‘사람에 대한 실망’과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지난 14일 동두천 평화로 성신교회(기독교한국침례회)에서 만난 최 목사는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이란 생각에 버티고 있지만 목회자의 길을 간다는 것이 참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 목사가 처음 교회를 세운 곳은 장대비가 쏟아지면 어김없이 물이 차는 지하였다. 그러나 중학생 시절부터 꿈꿔온 목회자의 길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기쁨이 커 열악한 환경은 장해가 되지 않았다.
94년 상가 재개발로 교회를 현재 위치로 옮겼다. 당시 성도 수는 50여명. “아주 느린 속도였지만 교회를 찾는 이들이 점차 늘었고 교회도 안정되는 듯했습니다.” 문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생겼다. 성도 중 한 명이 신학 공부를 마치고 인근에 교회를 개척한 것이다. 그 성도의 가족과 친한 성도들이 교회를 빠져나갔고 성도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사명에 따라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는 데 뭐라 할 수는 없었죠. 하지만 저희 교회 근처에 개척했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더 큰 시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지물포 등의 사업을 하던 분들이 교회 재정을 담당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돈을 가지고 잠적한 겁니다. 아마 본인들의 사업에 사용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횡령액수는 교회 임대료 등을 포함해 약 1600만원. 당시 교회의 종탑을 세우는 공사를 진행 중이었는데 그들은 해당 업체에 지급할 돈까지 전부 챙겨서 달아났다. 당시 공사대금 등을 위해 신협에서 돈을 대출한 상태라 교회가 빚을 떠안게 됐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원망스럽고 분노와 화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 덕이 부족한 탓이라 생각하게 됐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7년 최 목사의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가난한 형편에도 가정부 등의 일을 하며 마련한 집 보증금을 빼서 아들의 교회 개척을 도왔던 어머니였다. “매주 저희 교회에 오셨는데 그날도 예배에 참석하신다고 샤워를 하시다가 쓰러지셨습니다.” 올해로 82세인 최 목사의 노모는 장애 2급 판정을 받고 8년째 병상에 누워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받아 일부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최 목사가 매달 병원비를 부담하고 있다.
교단 국내선교부의 도움도 받아봤지만 교회 빚과 어머니의 병원비 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밀린 임대료 등으로 인해 현재 성신교회가 지고 있는 빚은 약 3000만원이다. 성도 수는 더 이상 늘지 않고 20여명에 머물러 있다.
최 목사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목회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성신교회와 함께 육군 28사단 포병연대 교회도 섬기고 있다. 최 목사가 2000년대 초반부터 군부대교회를 방문해 말씀을 전하고 장병들의 성경공부를 지도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최 목사는 주일 오전 9시에는 군부대 교회에서, 오전 11시에는 성신교회에서 말씀을 전한다.
최 목사는 “교회가 섬겨야 할 어려운 이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목사로서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면서 “부디 성신교회가 지속적으로 사역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동두천 성신교회] 교회 돈 횡령 당하고 노모 쓰러져 설상가상
입력 2015-10-19 2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