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태극전사들이 ‘삼바 축구’를 무너뜨리는 이변을 일으켰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축구 대표팀은 18일 오전(한국시간) 칠레 코킴보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브라질을 1대 0으로 이겼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장재원(현대고)이었다. 후반 34분 김진야(대건고)가 오른쪽 측면에서 브라질 수비수 두 명을 따돌리고 골지역 오른쪽에 있던 이상헌(현대고)에게 패스를 찔러 줬다. 이상헌은 페널티지역 정면에 있던 장재원에게 볼을 내줬고, 장재원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브라질 골대 오른쪽 하단을 뚫었다. 대한축구협회는 “U-17 대표팀이 FIFA 주관 대회에서 브라질을 꺾은 것은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최진철호’가 이날 보여 준 경기력은 지난 9월 2일부터 6일까지 수원에서 열린 수원컵과는 딴판이었다. 당시 우리 팀은 나이지리아, 크로아티아, 브라질 등 이번 대회 본선에 오른 팀들과 맞붙었다. 결과는 2무1패. 특히 브라질에는 0대 2로 완패했다. 허술한 수비라인은 매 경기 실점을 허용했다. 수원컵에서 내준 5골 모두 문제가 있었다. 페널티지역에서 상대를 놓치거나, 주심이 휘슬을 불지 않았는데도 맘대로 플레이를 멈춰 골을 내줬다.
한국 선수들은 수원컵에서 너무 아픈 예방주사를 맞았다. 자칫 자신감을 잃는다면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었다. 칠레는 사실상 강호 브라질의 안방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트라우마를 준 브라질을 맞아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았다. 한 달여 동안 브라질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개인기가 뛰어난 브라질 선수들을 압박과 협력 수비로 막으면서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짧은 패스로 측면을 공략했다. 후반 34분 터진 장재원의 결승골은 바로 이런 조직력에서 나왔다. 개인기를 뽐내는 대신 전방과 후방을 넘나들며 팀플레이에 충실했던 이승우(FC 바르셀로나)의 활약도 돋보였다.
최 감독은 경기 후 FIFA 홈페이지를 통해 “브라질을 상대로 준비한 우리의 전술이 잘 맞아들었다”면서 “선수들이 동료와 팀을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했다. 체력적으로 브라질을 압도하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아마데우 브라질 감독은 “우리를 상대로 준비를 잘한 한국과 힘든 경기를 치렀다”며 “한국의 수비가 견고해 득점에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브라질은 한국의 탄탄한 수비에 막혀 유효슈팅을 1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브라질을 꺾고 승점 3점을 따낸 우리 대표팀은 B조 선두로 올라섰다. 한국은 같은 날 잉글랜드와 1대 1로 비긴 기니와 21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칠레 U-17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삼바 축구’ 얼 뺀 태극 아이들
입력 2015-10-19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