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징가 로봇과 놀아요”… 어린 시절 향수에 젖은 어른들 매혹시키는 ‘키덜트’ 상품 인기

입력 2015-10-19 19:13
아이파크백화점은 지난달 국내 최대 규모의 키덜트 매장인 ‘토이앤하비’(위 사진)를 열었으며,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남성을 위한 편집매장 ‘멘즈아지트’를 오픈하면서 키덜트 코너(아래 사진)를 마련했다. 키덜트 상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11번가 등 온라인몰에서도 72만원짜리 프라모델 ‘그레이트 마징가’(가운데 사진) 등 고가의 한정품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각 사 제공

“야 이거 봐라! 비행기가 뜬다! 떴다! 떴어!”

지난 17일 오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하늘정원을 찾은 김상환(45·경기도 김포)씨는 두 아들 기수(10)와 기성(8)이를 향해 소리쳤다. 김씨는 “아내에게는 ‘아이들에게 드론을 보여주기 위해서 간다’고 했지만 사실은 내가 더 보고 싶어 왔다”면서 웃었다. 김씨는 “아직 볼 것이 많이 남았다”며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현대백화점이 15∼18일 하늘정원에서 진행한 ‘프리미엄 키덜트&하비 페어’에는 30∼40대 남성들이 유난히 많았다. 드론을 비롯해 전동 휠, 전동 킥보드 등 전동라이딩 기기, 어벤저스·배트맨 등 피규어와 캡틴아메리카 방패 모형 보조배터리 등 130여 품목이 소개된 현장에선 호탕한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0∼30대들이 주로 관심을 가졌던 키덜트 상품에 최근 경제력을 갖춘 40대들이 구매에 나서면서 시장이 급격히 커져 대형 페어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키덜트’란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다. 유년시절 즐기던 완구 만화 등을 구매하며 향수를 느끼는 어른들을 가리킨다.

키덜트족이 ‘큰손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유통업계는 키덜트 매장을 앞다퉈 열고 있다.

이번에 키덜트 관련 페어를 마련한 현대백화점은 지난 8월 오픈한 판교점 5층에 키덜트용품 전문 매장인 ‘레프리카’를 오픈했다. 4만∼10만원대의 무선 조종(RC) 자동차, 10만∼20만원대의 드론, 피규어, 모형자동차 등 100여종의 키덜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9월초 매장을 새로 꾸민 서울 용산 아이파크백화점은 리빙관 3층에 2645㎡ 규모의 ‘토이&하비 테마관’을 마련했다. 전국 백화점, 대형마트를 통틀어 최대 규모의 키덜트 전문 매장이다. 프라모델부터 RC카, 로봇, 완구 등 14개 브랜드 제품이 소개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남성들의 취미를 반영한 ‘멘즈아지트’ 편집매장을 오픈하면서 드론, 피규어, RC카 등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는 키덜트 코너를 열었다. 영등포점, 부산본점, 광명점 등에 오픈한 남성 편집매장 ‘큐리오시티 오브 레노마’에도 아이언맨, 배트맨 등 인기 캐릭터의 피규어와 무인비행기 드론 등을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뿐만이 아니다. 대형마트도 키덜트 상품 전문 매장 오픈에 동참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6월 오픈한 킨텍스 이마트타운 가전 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 안에 피규어 전문관을 열었다. 피규어 전문관 외에 드론을 시연할 수 있는 드론존, 스마트토이를 직접 작동시켜볼 수 있는 스마트토이존도 마련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렉트로마트는 30∼40대 남성들의 놀이터가 됐다”면서 “피규어는 당초 매출 목표 대비 140% 매출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롯데마트도 지난 9월 서울 구로점과 잠실점에 키덜트전문숍인 ‘키덜트매니아’를 오픈했다. 건담, 스타워즈 등 인기 캐릭터 상품 매장인 ‘피규어 존’과 드론, RC카 등 전자 완구 매장인 ‘드론/RC존’으로 구성돼 있다. 1만원대 저가 피규어부터 890만원짜리 실제 인물 사이즈 피규어 등 총 300여 가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몰에서도 키덜트 상품은 날개를 달고 있다. 옥션에서는 최근 한달(9월 16일∼10월 15일)간 전년 동기 대비 키덜트 관련 카테고리 판매신장률이 30% 이상 늘었다. 특히 원격조종 헬기·드론·쿼드콥터는 660%나 판매가 급증했다. 설명서를 보며 부품을 조립해 완성하는 건축물과 탱크·지프·밀리터리 제품 판매도 각각 33%, 56% 증가했다. 이런 최신 완구뿐만이 아니다. 조립식 모형장난감의 판매도 172% 늘었다. 40대가 초등학교 시절 갖고 놀던 건담과 같은 로봇 제품들은 72% 신장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속 캐릭터를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캐릭터 피규어 제품 또한 101%나 판매가 급증했다.

11번가에서 지난 7월 10개 한정상품으로 선보였던 72만원짜리 프라모델 ‘그레이트 마징가’가 1시간 만에 완판되는 등 고가의 한정제품들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

쿠팡은 저가의 입문용 드론부터 300만원대 이상의 최상급 드론까지 가격대별로 선택할 수 있는 ‘드론 전문관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옥션 관계자는 “집 안에서 로봇이나 프라모델을 조립하고, 피규어, 캐릭터들을 모으는 수준을 넘어 드론을 날리며 야외활동을 즐기거나 동호회를 구성하는 등 키덜트 문화 자체가 양성화 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