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입증 끝났다던 檢, 이상득 영장 ‘멈칫’… 상부 재검토 지시로 결정 연기 알려져

입력 2015-10-19 02:07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은 지 2주일이 지났다. 검찰은 그를 소환한 날 “본인의 변소를 듣는 차원이다. 혐의 입증은 이미 다 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전 의원 신병처리 시기와 방향은 여전히 ‘검토 중’이다. 수사팀은 일찌감치 구속영장 청구로 가닥을 잡았지만 상부 지휘라인에서 재검토 지시가 내려져 최종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포스코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지난 5일 이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을 때만 해도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측근이 운영하는 회사 3곳을 내세워 포스코로부터 30억원 안팎의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팀은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진술 청취를 통해 돈의 성격을 ‘뇌물’로 판단했다. 구속영장 청구 기준을 훌쩍 넘긴 사안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이 전 의원이 포스코를 사실상 사유화했다. 포스코 재무구조 악화 등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구속영장 청구의 당위성을 강조한 말로 읽혔다. 그러나 검찰은 18일 “구속영장부터 불구속 기소까지 다양한 내부 의견이 있으며, 각 경우의 장단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 전 의원 신병처리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결국 김진태 검찰총장의 재가가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4일 주례보고 때도 김 총장에게 이 전 의원 수사 관련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몇 가지 문제에 대한 보강조사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한 검찰 간부는 “총장의 고심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불구속 수사를 말하는 쪽은 이 전 의원이 고령인 데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환조사 직후 사흘간 입원했던 이 전 의원은 최근 재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게 적용할 법리(제삼자 뇌물) 문제를 놓고도 이견이 존재한다. 법원이 자금의 대가성 등 핵심 쟁점 사안에 의문을 표하며 영장을 기각할 경우 7개월을 넘긴 포스코 수사 전반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를 수사팀과 대검 참모진의 갈등 구도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수사팀 관계자는 “검찰은 하나다. 내부 조율은 있어도 갈등은 없다”고 했다. 결국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정리하리란 관측도 고개를 든다. 김 총장은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18일부터 6박7일 일정의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을 떠났다.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 처벌 수위도 이 전 의원 처리 상황에 맞춰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