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님, 똑바로 말해주세요. 지금이 언제죠?” “2015년하고도 10월 21일이지.”
영화 ‘백투더퓨처2’(1989년 개봉)의 첫 장면, 하늘을 나는 타임머신 속에서 정신을 차린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와 그를 미래로 데려온 브라운 박사가 나눈 대화 속 바로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영화 ‘백투더퓨처’ 시리즈의 팬이라면 누구나 손꼽아 기다렸을 미래가 드디어 현실이 된 것이다. 백투더퓨처 시리즈 1편이 개봉된 1985년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1980년대에 그렸던 ‘오늘’은 얼마나 구현됐을까.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 주요 외신들은 영화사에 기념비적인 ‘백투더퓨처데이’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떠들썩한 흥분과 행사들을 소개하면서 현재 우리는 SF(공상과학) 영화의 고전이 상상했던 것 중 얼마나 이뤄냈나에 대해 집중 조망했다.
영국 ‘미러’는 ‘우리가 영화(백투더퓨처)로부터 이뤄낸 2015년 실제 사용되는 10가지 발명품들’이라는 기사에서 ‘스마트글라스’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작품 속 마티는 최근 상용화된 ‘구글 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선글라스 모양의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박사와 전화 통화를 나눈다. 마티의 자녀들이 비슷한 기기를 착용하고 TV를 시청하는 모습도 비춰졌다.
브라운관 뒤로 볼록하고 부피가 큰 TV가 보편적이었던 시절 커다란 평면 벽걸이 TV로 다채널을 감상하는 영화 속 미래는 2015년 현재 완벽한 현실이 됐다. 스크린을 통해 화상회의를 하는 장면, 길거리에서 태블릿PC로 영상을 보는 장면도 우리에겐 이질감 없는 모습이어서 놀랍다.
미래로 간 브라운 박사는 젊어진 모습을 마티에게 공개하면서 “재생병원에 가서 전체적으로 손 좀 봤지. 주름을 펴고 머리카락을 복구하고 피를 바꿨어. 청춘을 30∼40년 추가한 셈이야”라고 말해 성형과 재생의학의 눈부신 발전도 예견했다. 이밖에 지문인식 기능의 상용화나 온라인 뱅킹, 3D 입체 영상과 영화 등 30년 전 할리우드가 꿈꾸던 미래는 이제 더 이상 신기해할 일이 아니게 됐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자동으로 사이즈가 조절되는 옷 등은 30년 만에 등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현실이 될 영화 속 제품들도 속속 소개되고 있다. 호버보드(공중부양 스케이트보드)와 자동으로 끈이 조여지는 운동화는 조만간 등장할 예정이다. 나이키는 지난 1월 마티가 신고 다닌 ‘자동 끈 조절 운동화’를 개발해 연말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호버보드의 경우 ‘자기장’을 이용해 부상하는 원리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헨도’사가 시험 제작에 성공하기도 했다.
펩시콜라는 ‘백투더퓨처’에서 나이키 신발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간접광고(PPL) 상품으로 꼽혀 왔다. 영화 속에서 마티는 30년 후의 미래에 도착하자마자 식당에서 펩시콜라를 주문하고, 로봇 웨이터는 독특한 병 모양의 펩시를 건넨다. 펩시콜라사는 백투더퓨처데이를 기념해 영화에 등장했던 것과 같은 모양의 콜라 6500병을 한정판으로 제작해 10월 21일 판매하기로 했다.
백투더퓨처 제작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영화 속 3D 입체 광고로 등장하는 ‘죠스 19’ 예고편과 호버보드 광고 등 두 편의 패러디 영상물을 선보였다. 외신들은 올해 핼러윈 행사 역시 ‘백투더퓨처 복장’ 등 관련 패러디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만간 진위가 밝혀질 ‘현재진행형’ 예언도 있다. 영화 속에서 미 프로야구팀 시카고 컵스는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팀으로 묘사된다. 컵스는 실제 지난 14일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 진출해 예언이 현실화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냈다. 1908년 이후 100년도 넘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컵스의 ‘염소의 저주’마저 풀어버리는 마법이 발휘될지 주목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다음 중 현실이 된 ‘백투더퓨처’는?… ‘백투더퓨처데이’ 이벤트 봇물
입력 2015-10-19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