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공개 지지를 등에 업고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한·일 두 나라에서 진행되는 소송 상황과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의 향방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내면세점 재승인 등 급한 불을 꺼야 하는 롯데그룹 입장에선 혹여 차질이 빚어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18일 롯데그룹에 업무보고를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 정혜원 상무는 “롯데에서 신 총괄회장에게 하는 보고를 신 전 부회장에게도 해달라는 요청을 신 총괄회장 비서실에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이러한 요구를 ‘법적 근거가 없는 행위’라며 일축했다. 롯데그룹 측은 “SDJ코퍼레이션은 롯데와는 아무 관련 없는 별개 회사”라며 “SDJ에 롯데 계열사의 경영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경영 정보 유출”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신 총괄회장의 호텔롯데 34층 집무실은 신동주·동빈 양측이 공동 관리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 비서진 4명과 경호원 3명을 배치했고, 롯데그룹이 파견한 기존 비서진도 그대로 근무 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다툼은 소송 결과와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해임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한국에선 호텔롯데·롯데호텔부산의 이사 해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또 다른 변수인 종업원지주회는 한·일 양국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7.8%를 보유 중인 주요 주주다. 지난 8월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에선 신 회장의 안건이 그대로 통과되면서 신 회장이 종업원지주회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자신이 장악했다는 점과 부친의 뜻을 앞세워 상황 반전을 시도 중이다.
경영권 다툼 재점화는 “서비스업의 삼성전자가 되겠다”던 신 회장의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유지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신 회장이 국정감사장에 직접 출석해 지지를 호소하면서 독점 논란, 경영권 다툼 문제 등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 듯했으나 특허 심사 기간에 재차 형제 간 다툼이 부각되면서 여론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롯데그룹 ‘2차 왕자의 난’ 장기화 조짐
입력 2015-10-19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