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금융소비자들의 금융 이해력(Financial Literacy)을 테스트하는 5개 문항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샘플을 토대로 한국금융연구원이 만든 것인데 크게 어렵지는 않다.
금융연구원 김자봉 연구위원은 이 5개 문항으로 국내 금융소비자들을 테스트한 결과를 18일 금융교육 관련 보고서에서 공개했다. 국내 금융소비자들의 정답률은 63.0%로 국제 평균(65.8%)에 미치지 못했다.
1번은 다섯 형제가 1000만원을 똑같이 나누는 문제다. 1000만원을 5로 나누면 간단하게 200만원씩 받는다는 답이 나온다.
2번은 물가의 개념을 묻는 문제다. 물가가 매년 3%씩 오른다면 1년 후 받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지금 돈을 받아서 사는 것보다 더 많은지 아닌지를 답해야 한다. 물가가 오르니 당연히 1년 뒤 같은 금액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지금 사는 것보다 적다.
3번은 이자에 관한 기초적인 질문이다. 친구에게 250만원을 빌려주고 하루 만에 250만원을 돌려받은 상황에서 이자가 얼마인지 답해야 한다. 똑같은 금액을 돌려받았으니 이자는 없다.
나머지 두 문제는 계산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개념만 알고 있으면 어렵지 않다. ‘100만원을 연이율 2%의 저축성 예금에 넣고 추가 입출금이 없는 경우 1년 뒤 얼마가 남아 있나’라는 4번 문제는 이자가 2만원(100만원×0.02) 붙어서 원금과 합치면 102만원이 남는다.
‘금융의 마법’이라는 복리 개념이 마지막 문제에 등장한다. 예금 계좌에 100만원을 연 2% 복리로 5년간 입금해 두면 잔고가 110만원을 넘는지를 묻는다. 정확한 금액을 계산하기는 까다롭지만 원금에만 이자를 더하는 단리와 이자에도 이자를 붙이는 복리의 개념을 알면 답할 수 있다. 2% 단리라면 원금 100만원에 매년 2만원씩만 붙어 5년 뒤 110만원이 되지만 복리일 경우에는 매년 원리금(원금+이자)에 이자가 붙어 5년 뒤 110만원보다 많게 된다. 5년 후 잔고는 110만4080.8원이다.
국내 금융소비자들의 시험 점수를 5점 만점으로 구분하면 4∼5점 비중이 50.7%, 1∼2점은 19.6%였고 0점도 9.7%에 달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점수가 낮았다.
금융 이해력은 때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점수가 낮은 사람일수록 빚이 많고 제때 갚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점 그룹은 64.8%가 채무를 지고 있고 이 중 13.1%가 상환 독촉을 받은 경험이 있는 반면 0점 그룹은 67.9%가 부채를 안고 있으며 26.8%가 상환 독촉을 받았다.
금융 지식이 없으면서도 스스로 금융 지식이 많다고 자신하는 응답자도 12%를 차지했는데, 이들은 지식과 자기 확신을 갖춘 그룹에 비해 금융 사기에 노출될 위험이 3배 이상 높았다. 김 연구위원은 이들이 자살이나 도피 등 극단적 선택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100만원을 年 2% 복리로 5년 굴리면 얼마?
입력 2015-10-19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