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물생심에 뚫린 한은… 부산 본부 외주사 직원 5만원권 1000장 훔쳐

입력 2015-10-19 02:56
외주업체 직원의 견물생심(見物生心)에 한국은행이 또 뚫렸다. 1990년대 한국은행에서 직원이 지폐를 빼돌린 사건이 발생한 지 20여년 만이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한은 부산본부 지폐 분류장에서 5만원권 지폐 1000장을 훔친 혐의(절도)로 외주 용역업체 직원 김모(2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16일 오전 10시20분쯤 지폐 분류장에서 5000만원을 훔친 뒤 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밖으로 빼돌렸다.

김씨는 한은에서 시중은행이 입금한 돈 가운데 사용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분류하는 정사기를 유지·보수하는 업무를 해 왔다. 사건 당일 김씨는 돈을 빼돌린 뒤 “우체국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훔친 돈은 집에 두고 다시 돌아와 태연히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의 범행은 정산 과정에서 드러났다. 오전 11시30분쯤 직원들이 정산하는 과정에서 5000만원이 비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지폐 분류장을 봉쇄한 뒤 100여대 CCTV를 확인했다. 그 결과 김씨가 20분간 자리를 비운 사실이 밝혀졌고, 추궁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훔친 돈은 바로 회수됐다.

하지만 허술한 보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분류장에는 CCTV 사각지대가 없어야 하고, 외부 용역업체 직원의 경우 한은 직원이 감시·입회해야 하지만 사고 당시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사고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주열 총재는 사건 당일 관련 보고를 받은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부산본부에 대한 특별감사와 경위 조사를 지시했다. 다음날엔 지역본부장 긴급 회의를 소집, 각 지역본부의 화폐 재분류 업무 절차를 특별 점검토록 했다. 한은은 외부 관리직원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CCTV 사각지대가 있는지 등을 정밀 점검할 방침이다. 박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