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9시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 212호 강의실. 1982년 인도 뉴델리아시안게임 복싱 금메달리스트인 정용범(53) 경기도 시흥경찰서 형사과장이 애정 어린 눈빛으로 ‘경찰 초년병’들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들려주고 있었다. 수강생들도 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지난 6월 경찰청은 국제대회 메달리스트나 전국대회 우승자를 대상으로 순경 무도특채를 했다. 날로 흉악해지는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2004년 이후 11년 만에 부활시켰다. 올해는 태권도 25명, 유도 15명, 검도 10명 등 모두 50명을 선발했다. 이들이 각종 대회에서 딴 메달은 48개나 된다. 이들의 무도 총 단수는 236단으로 평균 4.7단이다. 이들은 34주간 중앙경찰학교에서 기본교육을 받고 지구대 등을 돌며 현장 경험을 쌓은 뒤 조직폭력이나 강력사건 전담 부서에 배치될 예정이다.
정 과장은 “나도 국가대표 10년을 했다. 국가의 명예를 걸고 국제대회에 나가려고 우리는 죽어라고 노력하지 않았느냐”며 “여러분은 운동에서 최고였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과장은 1989년 경찰에 입문해 수많은 좌절을 넘고 ‘형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 과장은 국가대표 메달리스트 출신 가운데 경찰 최고위 간부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나와 대마 관련 석사논문도 쓴 엘리트 형사다.
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3번이나 경찰을 떠났던 경험을 거론하며 “‘최고의 경찰이 되겠다’에서 ‘최고의 형사가 되겠다’로 목표가 바뀌었다. 경찰 27년 중 23년을 형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여러분은 대부분 범법자들과 돌발적으로 마주칠 수 있으니 근무 중에는 항상 긴장하고, 방검복·방검장갑을 꼭 착용해야 한다. 1998년 형사 3명이 범죄현장에서 흉기에 찔려 1명이 죽은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형사 2명은 태권도 선수 출신이었다”며 늘 긴장할 것을 당부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임수정(30·여)씨는 “생생하게 현장 경험담을 들려줘 유익했다”며 “선배님처럼 공부도 열심히 해서 경찰로서 인생 2막을 멋지게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2006년 중국오픈 국제유도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유광선(41)씨는 “운동을 했던 선배가 경험과 사례를 얘기해 주니 가슴에 와 닿았다”며 “앞으로 우리가 해야 될 일이 저거구나라고 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충주=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정용범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운동 선수? 나처럼 최고 형사 될 수 있어요”
입력 2015-10-19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