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선두주자인 삼성페이가 신용카드 결제 중개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조짐이다. 현대카드가 삼성페이 전자전표를 수거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다른 카드사로 확산돼 중계업계 ‘파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달 삼성페이로 결제된 전자전표를 수거하지 않겠다고 13개 밴(VAN·결제중개업체)사에 통보하고 이달 1일부터 전표를 수거하지 않았다. 밴사는 가맹점에서 매출전표를 거둬들여 수수료를 받고 카드사에 넘긴다. 카드사는 카드 부정사용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전표를 수거해 왔다. 하지만 삼성페이는 이러한 과정이 필요 없다는 것이 현대카드 주장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삼성페이는 지문인식 등을 통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전표를 사들일 필요가 없다”며 “고객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페이와 같은 간편결제에는 밴사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다른 곳도 전표 수거 폐지를 검토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밴 업계는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표 매입 수수료 수입이 밴사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해 포기하기 어렵다. 삼성페이 매출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페이코 등 다양한 간편결제가 확산되고 있어 여기서 양보하면 밴사의 입지가 급속도로 위축될 수 있다. 밴 업계가 현대카드의 방침을 받아들이면 다른 카드사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간편결제와 소액결제가 확산되는 데다 내년과 내후년 전국 규모의 선거를 앞두고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여 신용카드 업계와 밴사의 갈등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비즈카페] 카드 생태계 바꾸는 ‘삼성페이’
입력 2015-10-19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