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은 ‘난지도의 기적’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난지도(蘭芝島·옛 중초도)는 1992년까지만 해도 쓰레기 매립장이었고 주위엔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 살았다. 지독한 악취와 먼지 때문에 철저하게 버림받은 땅이었지만 상암동은 최첨단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산업단지가 들어선 친환경 생태도시로, 난지도는 자연생태공원으로 거듭났다.
17일 오후 상암동 월드컵공원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앞에 정·교계 인사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9일부터 진행된 ‘2015 난(蘭)빛 축제’의 마지막 행사인 ‘워크 오브 호프(Walk of Hope)-희망의 걸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난빛축제 조직위원장 오치용(69·사진) 목사는 인사말에서 “난지도의 역경 스토리를 통해 전 세계의 재난지역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려 한다”며 “관계기관의 협조를 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쓰레기를 주우며 어렵사리 살아온 주민들에겐 몰라보게 변한 상암동이야말로 기적의 장소”라고 강조했다.
1969년 서울법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위 천공 수술을 받고 당시 딸기밭이던 상암동 지역에 머물며 난지도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기도 중에 ‘난지도를 선교도시로’라는 비전을 받았다.
그는 목회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영국 유학까지 다녀온 그는 홍콩 선교활동을 거쳐 17년간 섬긴 서울 성동구 왕십리교회를 2010년 10월 사임하고 성동구 사택에서 난지도 비전을 위한 꽃섬출애굽교회를 개척했다. 그해 12월 교회를 상암동으로 이전하고 본격적인 ‘난지도 사역’을 시작했다.
그는 매일 6분 이상 에너지절약을 위해 노력하는 ‘난빛 6분 불끄기 운동’을 추진하며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또 난지도의 버림과 회복 이야기를 담은 ’꽃섬이야기’(도서출판 난빛)를 출간하고 ‘난빛 도시(Orchid Light City)’로 국내외에 알리고 있다. 후원자들의 관심과 참여로 조성한 ‘꽃섬꿈나무장학기금’으로 지역의 어려운 아동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오 목사는 “기후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대한 훌륭한 답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월드컵공원 지역이며 그곳은 예전에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난지도”라며 “난지도가 아름답게 바뀌고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해 주위에 빛을 전하는 근원이 됐다. 그래서 그 의미를 담아 ‘난빛’이라고 표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난지도 회복 이야기를 소개하기 위해 ‘난빛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지역 주민은 물론 관공서까지 호응하자 지난해부터는 서울시와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서부공원녹지사업소, DMC, 테트라팩 등과 함께 ‘난빛 축제’를 열고 있다.
목회자로서는 이례적으로 난빛축제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광복70주년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를 통해 서울시와 '녹색청정 엑소더스 사랑마을 네트워크' 협약을 맺어 에너지 절약과 자원 재활용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오 목사는 "감동이 묻어나는 난지도 스토리를 통해 전 세계 재난지역 어린이들에게 꿈과 소망을 줄 계획"이라며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에 자연발화가 자주 일어나 '스모키 마운틴'이라 불리는 필리핀 마닐라의 쓰레기 매립지, 대형 지진피해로 고통 받는 네팔, 전쟁과 기근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등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지역의 어린이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난지도의 기적’ 역경 스토리 통해 세계 재난지역 어린이들에게 희망
입력 2015-10-19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