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사전쟁’ 일주일째… 범국민적 공론의 장부터 마련하자

입력 2015-10-19 00:26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이 발표된 지 일주일째를 맞고 있다. 당초 교육부는 내달 초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안’ 고시를 앞두고 20일의 행정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화와 토론의 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오로지 네 편과 내 편, 찬성과 반대만 있을 뿐이다. ‘너 죽고 나 죽자’식의 사생결단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정화로 촉발된 역사 논쟁이 국가의 중대한 현안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극심한 국론분열은 여론조사에서도 극명하게 확인된다. 최근 한국갤럽의 설문조사를 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각각 42%로 팽팽하게 나왔다. 지지당별, 세대별로 첨예하게 갈렸다. 우리 사회를 오랫동안 짓누르고 있던 갈등과 분열이 국정화로 일거에 폭발하고 있는 양상이다. 온 나라가 갈기갈기 찢기고 있다.

문제는 대한민국을 ‘이념 논쟁’ ‘진영 싸움’의 수렁으로 몰아넣는 세력이 바로 정치권이라는 점이다.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에 나서야 할 정부, 여야 모두 최전선에서 역사 전쟁을 이끌고 있다. 국민통합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정부와 여당은 꼭 이겨야만 하는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고, 야당은 국정화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극한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은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여론전까지 벌이고 있다. 애꿎은 희생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을 이념 전쟁에 끌어들여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무책임한 작태다. 정치권이 이러니 교육계, 학계, 시민단체들이 서로 갈려 싸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역사교과서의 본질은 어떻게 좋은 교과서를 만드느냐에 있다. 국정이냐 검·인정이냐에 앞서 잘못된 역사 교육을 바로잡아 우리 젊은이들에게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바른 역사관을 확립시켜줘야 한다. 그러기에 더더욱 역사교과서는 극한적인 이념과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민을 갈라놓는 세몰이식 공세보다 지금은 바람직한 역사 교육이 무엇인지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무엇이 다른지 등을 냉철하게 논의할 범국민적인 공론의 장부터 마련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