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은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저는 굉장히 임기가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이 “임기가 두 달 남았다”고 속을 떠보자 내놓은 응수였다. ‘나가는 날까지 할 일은 할 테니 걱정 붙들어 매시라’는 말로 들렸다.
그렇다 해도 김진태호(號) 검찰은 어느덧 2년의 항해를 마치고 하선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후배 검사들의 관심도 이제 다음 선장을 향하고 있다. 마침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추천위원회도 구성됐으니 검찰 내 ‘왕좌의 게임’도 본격 막이 올랐다. 앞으로 몇 주 안에 결판이 날 인사 경쟁에 이미 여러 전·현직 간부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가 이미 내정됐다’ ‘여권 실세가 △△△를 민다더라’ 등의 ‘찌라시’도 떠돈다. 검찰총장 자리가 경력평가나 인기투표로 결정되지 않는 한 이런 풍문은 대개 부질없다. 추천위원회가 후보를 3∼4명으로 압축해 올린다 해도 결국 최종 선택권자는 대통령이다. 아마도 선택 기준은 ‘집권 후반기를 믿고 맡길 자가 누구인가’일 것이다. ‘잘 드는 칼’보다 ‘말 잘 듣는 칼’이 선호될 거란 얘기다.
‘대통령이 간택한 총장’. 바로 이 지점에서 다음 총장도 일종의 정치적 부채를 안고 임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에게 권력은 끊임없이 물어올 터다. ‘당신은 우리 편이냐.’ 우리는 검찰총장 한 사람의 오판과 사심 낀 처신이 검찰 조직을 흔들고 수사를 왜곡시킨 사례를 과거 수차례 봐왔다.
그렇기에 자의든 타의든 총장을 꿈꾸는 검사는 인사검증 동의서에 사인하기 전에, 권력지형을 살피며 비빌 언덕을 찾기 전에 자문해 볼 때다. 검찰총장이란 직(職)의 무게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려워할 때다. 수사·기소권을 쥔 2000명 검사를 통솔할 능력은 갖췄는가. 후배들에게 남세스럽지 않은 길을 걸어왔는가. 무엇보다 ‘검찰정치’를 꾀하려는 외풍이 불어올 때 최전선에서 맞설 용기가 있는가. 부디, 권력에 허약한 관료형이 아닌 기백 있는 장수형 검찰총장의 항해를 보고 싶다.
지호일 차장 blue51@kmib.co.kr
[한마당-지호일] 검찰총장의 무게
입력 2015-10-19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