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시민 1000여명이 17일 서울 여의도공원에 모였다. 가슴엔 초록 리본을 달고 따뜻한 가을 햇볕을 받으며 상쾌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세계 장기기증 및 이식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초록 리본 희망 걷기대회’는 장기기증자 유가족과 수혜자, 자원봉사자들의 축제였다. 황영조 제갈성렬 등 체육인도 동참했다.
세계 장기기증 및 이식의 날은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와 스위스 제네바의 공정이식재단(Fair Transplant)이 함께 제정했다. 지금껏 스위스 아르헨티나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행사를 열었는데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시스템을 확립하고 기증을 확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0주년을 맞은 올해 국내에서 처음 열린 이번 행사는 한국장기기증원이 주최하고 WHO와 보건복지부, 대한이식학회 등이 공동 후원했다.
걷기대회 전 기념식에 참석한 필립 모렐 공정이식재단 대표는 “장기기증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삶과 희망을 타인에게 건네는 이 과정에 모든 편견을 내려놓고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이식학회 이석구 이사장은 “국내 기증문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행사를 통해 국내 장기기증 시스템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의도공원과 한강공원 일대 4.1㎞를 걷고 출발점으로 돌아온 시민들은 축하무대를 즐겼다. 특히 클라이맥스 무대에 오른 ‘생명의 소리’ 합창단은 기증자 유가족, 수혜자, 그들을 수술한 의료인이 함께 모여 있어 의미가 컸다. 기증자 유가족 박윤아(5)양부터 장기기증 서약자 유영희(70·여)씨까지 세대를 초월한 72명이 하모니를 이뤘다.
‘나의 숨결/ 나의 맥박/ 그대 몸속에 살아 숨쉬네’로 시작하는 합창단 헌정곡 ‘주는 사랑 받는 감사’는 듣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기증자 유가족과 수혜자가 굳게 맞잡은 손이 빛났다.
가수 인순이와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조문근 밴드 등이 열기를 이어갔다. 2013년 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자리에 참석한 오모(58)씨는 “장기기증을 통해 내 삶은 완전히 달려졌다”며 “생명을 살리는 일에 주저 없이 동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종원 한국장기기증원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증 시스템과 의술을 가지고 있다”며 “체계적인 절차가 마련되고 분위기가 형성돼 시민들이 장기기증에 다가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나의 숨결 나의 맥박, 그대 몸속에 살아 숨쉬네”… ‘세계 장기기증 및 이식의 날’ 행사
입력 2015-10-19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