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사망사건’] 9살 꼬마 ‘낙하속도 실험’이 부른 참극… 경찰이 밝힌 ‘사건 전말’

입력 2015-10-17 04:41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고양이집을 만들던 50대 ‘캣맘’이 위쪽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숨진 사건 용의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으로 드러났다. 이 학생은 또래들과 옥상에서 ‘낙하속도 실험’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용인서부경찰서는 16일 브리핑을 통해 “‘캣맘’ 사망 사건 용의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 A군(9)으로 드러났다”며 “이 사건은 특정 동물에 대한 혐오범죄가 아니라 과학실험을 한 호기심 어린 초등학생들이 벌인 사건”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현장인 용인 수지구의 한 18층짜리 아파트 내부 CCTV 영상을 분석해 조사하던 중 이 아파트에 사는 A군이 지난 8일 오후 4시쯤 3∼4호 라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또래 2명과 함께 옥상으로 올라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사건 직후인 오후 4시42분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A군 등이 용의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15일 저녁 A군을 조사하던 중 ‘옥상에서 벽돌을 던졌다’는 자백을 받았다. 16일 오전에는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로부터 사건 직후 옥상에서 확보해 의뢰한 어린이 것으로 보이는 족적이 A군 것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A군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또래들과 아파트 놀이터에서 우연히 만나 옥상에서 놀던 중 물체 낙하실험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옥상에서 물체를 던지면 몇 초 만에 떨어질까’를 놓고 얘기를 나누다 옥상에 쌓여 있던 벽돌 한 개를 6호 라인 아래로 던졌고 바로 아래 화단에서 고양이집을 만들던 박모(55·여)씨가 벽돌에 맞아 숨졌다. 아파트 옥상에서는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종류의 벽돌이 발견됐다.

범행 직전 A군 등은 3∼4호 라인 옥상에서도 돌멩이와 나뭇가지 등을 아래로 던져본 뒤 5∼6호 라인 옥상으로 건너가 벽돌을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군과 함께 있던 2명 가운데 B군(11)을 조사했고 다른 한 명도 신분을 파악한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A군의 진술과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A군이 ‘누군가 벽돌에 맞아 죽어도 좋다’는 식의 미필적고의로 벽돌을 던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벽돌을) 던지고 나서야 사람이 맞았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은 두려워 부모에게 범행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며 “부모들은 경찰이 연락하기 전까지 이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용인=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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