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조희팔 일당 로비 수법] 뇌물·일자리 제공·스폰서… 가능한 로비 총동원

입력 2015-10-17 02:20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모 전 경사가 1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4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생존 시 58세)의 최측근 강태용(54) 검거로 수사가 활기를 띠면서 조씨 일당의 로비 수법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로비에는 금전 제공, 골프 접대, 일자리 제공, 스폰서 역할 등 온갖 방법이 동원됐다.

16일 대구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강씨는 2008년 말 사기 행각이 드러나 수사받기 전부터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 수사2계 회식 자리에 자주 모습을 나타냈다. 경찰 회식 때 스폰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뇌물수수 사실이 드러나 2007년 6월 파면된 임모(47) 전 경사는 2012년 경찰청이 조씨 사건을 재조사할 당시 자신이 소속돼 있던 수사2계 회식 자리에서 강씨와 처음 인사를 나눴고 이후에도 자주 봤다고 진술했다. 강씨를 회식 자리에 데려온 사람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정모(40) 전 경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경사는 강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강씨 검거 소식이 국내에 전해진 직후인 지난 13일 중국으로 출국하려다 검거됐고 16일 구속됐다.

강씨는 로비 대상인 경찰관이 파면된 후에도 철저히 관리했다. 임 전 경사가 다른 뇌물수수 사건으로 재판받던 시기인 2007년 5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매월 500만원을 정기적으로 송금했다. 이와 별도로 수시로 수십만∼수백만원씩을 지급했다. 또 임 전 경사가 파면되기 두 달 전부터 1년 넘게 조씨 회사 대구지역 각 센터에 도시락을 납품할 수 있도록 했다. 임 전 경사가 경찰을 떠났지만 그를 관리하고 인맥을 활용해 수사 정보를 입수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임 전 경사는 2008년 8월∼2009년 12월 강씨의 부탁을 받고 범죄 수익금 6억원을 받아 관리하는 비호세력이 됐다.

강씨 등은 중국으로 도피한 뒤에도 찾아온 경찰관을 극진히 대접했다. 정 전 경사가 2009년 5월 중국으로 찾아오자 고급 식사와 양주를 곁들인 술자리를 제공했고 골프 접대까지 했다. 정 전 경사가 중국에 머무는 5일 동안의 숙박비도 모두 책임졌다.

강씨는 2007년 정 전 경사가 제과점을 운영하겠다고 하자 1억원을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 회사가 밀집해 있는 대구 동구를 관할하는 동부경찰서 지능팀 안모(45) 전 경사에게도 2007년 8월∼2008년 5월 차명계좌를 통해 중고차 구입비 명목으로 56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강씨가 로비에 돈을 아낌없이 쓴 정황도 포착됐다. 강씨는 한 달에 서너 차례 회사자금 수백만∼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을 인출한 사실이 과거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 돈은 각종 로비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씨·강씨 등은 오모(54) 전 검찰 수사관에게 5년 동안 15억8000만원을 줬고 권모(51) 전 총경에게 9억여원, 김광준(54) 전 부장검사에게 2억7000만원을 주는 등 비호 대가로 돈을 마구 뿌렸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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