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등이 최근 해군력을 과시하면서 미국 중심의 세계 해양 질서를 흔들려 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발행되는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했다.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미국은 견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해양 패권을 가장 위협하고 있는 세력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5월 발표한 국방계획에서 인민해방군 해군의 기존 연안 수비 임무에 ‘공해(公海) 수비’를 추가한다고 선언했다. 이를 반영하듯 인민해방군 해군은 그간 인도양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데서 그치지 않고 최근 서태평양까지 활동영역을 확대했다. 지난달 중국군 군함 5대가 중·러 합동 군사훈련 뒤 알류샨 열도 근처를 지나가며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 한 예다.
중국은 해군 및 해양경찰 규모도 이미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각종 군함과 수륙양용정, 잠수함 등 해군장비 규모가 일본을 훨씬 앞선다. 아직 미국에는 비할 수준이 못 되지만 과거 중국 전체 국방예산이 미 해군 예산에 미치지 못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지어 영해로 주장하는 데 이어 인도양으로 영향력 확대도 노리고 있다. 중국의 석유 수입이 대부분 이곳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일 러시아가 카스피해에서 시리아를 향해 미사일을 쏘아 보낸 것도 러시아가 미국 중심의 해양 패권에 도전하는 움직임 중 하나로 해석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해군력에서 미국의 아성을 위협한 세력은 없었다. 1970년대 옛 소련이 이를 따라잡으려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무리한 예산 투입으로 체제 붕괴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냉전이 끝난 뒤 옛 소련의 값비싼 해군 장비들은 못쓰게 되거나 기지에 버려졌다.
중·러에 맞서 미국 역시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20년까지 미국 해·공군의 60%가량을 아시아·태평양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지난 8월 발표했다. 레이 마부스 미 해군 장관은 올해보다 8% 늘어난 1610억 달러(약 181조8000억원)의 내년 예산을 국회에 요청했다.
미국은 아울러 일본과 인도 등 동맹국을 통해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세계 5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미 미군과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집단자위법 개정안 통과를 미국이 용인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미국은 필리핀과 베트남 등이 해군장비를 구입하는 데 조건을 완화하며 간접지원하고 있다. 인도 역시 최근 중국의 위협이 증가하면서 호주, 싱가포르, 일본 등과 함께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미국 해양 패권 흔드는 중·러
입력 2015-10-17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