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14년째 이어오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지 못하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내 완전 철군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이를 번복하고 자신이 퇴임한 뒤인 2017년에도 미군 5500여명이 아프간에 남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9·11테러 직후 시작된 미국의 최장기 전쟁은 앞으로도 수년간 더 지속되게 됐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전쟁을 물려받고 임기를 시작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 2개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오히려 미국과 러시아 대리전으로 격화하고 있는 시리아 내전까지 포함하면 3개의 전쟁을 후임 대통령에게 물려줄 가능성이 커졌다.
◇탈레반과 IS 기승에 철군 번복=오바마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의 완전철군 연기 방침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단 내년까지 현행 9800명의 병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2017년 550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후 감축 규모는 아프간의 치안 상황을 봐가며 결정키로 했다. 잔류 미군은 아프간군 훈련 및 자문 등 비전투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 연기 결정은 탈레반이 최근 북부도시 쿤두즈를 한때 점령하는 등 세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는 데다 극단적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마저 기승을 부리면서 치안 불안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기치로 아프간을 침공해 13년 만인 지난해 종전을 선언하고 아프간 안정화 지원군 명목으로 9800명만 남기고 미군을 대부분 철수했다. 미국은 애초 이 병력을 올해 5500명으로 줄인 뒤 내년까지 완전히 철군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군의 전력이 아직은 충분히 강하지 않다”며 “아프간이 미국을 공격하는 테러리스트들의 은신처가 되지 않도록 미군이 아프간에 몇 년 더 남아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IS 격퇴전’을 위해 2011년 말 완전히 철군한 이라크에 다시 미군을 투입한 데 이어 이번에 아프간 철군 일정도 연기함에 따라 실질적으로 임기 내에 이라크-아프간 두 전쟁을 끝내지 못하게 됐다.
◇아프간 정부와 나토는 “환영”, 러시아는 “의문”=아프간 정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환영했다. 미국 정부에 철군 연기를 요청했던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은 결국 탈레반과 다른 테러단체는 패배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옌스 슈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아프간 군경이 아프간의 치안 유지 책임을 맡고 있지만 이들을 재정적·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다른 연합국들도 수 주 내에 아프간 파병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를 지낸 제임스 도빈스는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철군의) 시간표가 지켜진다면 아프간에서 심각한 위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시리아 공습을 놓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외교부는 “미국의 결정이 아프간의 상황을 개선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고 RIA통신은 보도했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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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아프간 철군 번복… 미국, 3개의 전쟁 치른다
입력 2015-10-17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