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 판결을 파기합니다. 피고인은 무죄입니다” 16일 서울고법 형사8부 이광만 부장판사의 선고가 끝나자 피고인석에 앉은 A씨(46)가 울음을 터트렸다. 방청석에선 “말도 안 된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자신보다 27살 어린 여학생을 임신시킨 A씨의 범죄 혐의에 법원은 성폭행이 아닌 ‘사랑’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연예기획사 대표였던 A씨는 2011년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B양(당시 15세)을 처음 만났다. 아들과 2살 차이인 B양에게 호감을 느낀 A씨는 연예인 얘기를 하며 B양에게 접근했고, 며칠 뒤 성관계를 가졌다. A씨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B양은 가출해 함께 동거도 했다. 그러나 아이를 출산한 뒤 “성폭행당했다”며 그를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미성년자 유인·강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징역 12년, 2심은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A씨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모 또래인 A씨를 이성으로 좋아해 성관계를 맺었다는 건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유일한 직접 증거인 B양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B양이 A씨에게 ‘사랑한다’ ‘많이 보고 싶다’ 등의 접견 서신을 썼고, A씨를 ‘오빠’ ‘자기’ 등으로 호칭하는 수백건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강요와 위협 때문에 A씨와의 관계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했고, 거짓 서신을 쓴 것’이라는 피해자 주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순수한 사랑?… 여중생 임신시킨 연예기획사 대표 무죄
입력 2015-10-17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