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술시장에서 가장 핫한 단색화의 인기가 궁금하다. 한국 현대미술의 상징이 되다시피한 이 유파에 대해 해외에서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적지 않은 비평가들 사이에서 이상 열풍이라는 냉소가 흘러나온다. 작년부터 갑작스레 불기 시작한 단색화 열풍은 곧 터질 거품인가? 아니면 이제 시작인가? 무엇이 진짜 얼굴일까?
◇해외에서는 열광=세계적 경매사인 크리스티는 ‘자연을 이루다: 한국 모던 추상화와 단색화’ 전시를 뉴욕과 홍콩에서 동시에 마련했다. 23일까지 열리는 뉴욕전에서는 1970∼80년대 ‘한국적 추상화 흐름’으로 평가되는 단색화 대표 작가인 정창섭, 정상화, 하종현, 이우환, 박서보, 윤형근과 함께 추상화의 선구자 김환기, 파리 유학파 이성자까지 총 8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가들의 작품은 크리스티 홍콩 본사에서도 내달 6일부터 전시된다. 홍콩 복합문화공간 PMQ에서도 이달 23일까지 ‘텅빈 충만: 한국 현대미술의 물성과 정신성’ 전이 마련됐다. 단색화와 함께 달항아리 도자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이다. 정부가 한국 대표 미술로 띄우는 모양새다.
외국 상업 갤러리에서도 잇달아 전시가 열린다. 뉴욕의 티나킴 갤러리에서 하종현(80) 개인전(11월 6일∼12월 5일)이 예정돼 있다. 작고 작가인 윤형근과 정창섭의 개인전이 각각 블룸앤포, 페로탱 등 뉴욕의 메이저 갤러리에서 비슷한 시기에 각각 열린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는 기획기사를 통해 단색화를 집중 조명했다. 크리스티 뉴욕전의 9일 개막에 맞춰 쓴 ‘세계 미술계에서 우뚝 선 한국 작가들’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다. 이 매체는 1970년대 단색화를 이끈 주역들이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개별 작가들의 작품 가격까지 거론하며 세계무대에서의 인기를 전했다. 이 매체는 단색화 인기가 2014년 서울의 국제갤러리 및 로스앤젤레스 블룸앤포 전시를 통해 시작됐다고 진단하는데 이어 “원로작가들의 특정한 미술사조가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건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해외 경매 시장에서는 단색화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이달 초 홍콩경매에서 서울옥션과 K옥션은 단색화의 인기를 업고 90%가 넘는 낙찰률을 기록했다. 서울옥션 경매에서 정상화(83)의 단색화 ‘무제’는 11억4200만원에 팔렸다. 이전에 단색화가 중 10억원 기록 보유자는 이우환(79)이 유일했다.
◇국내엔 냉소적 분위기도=단색화 거품론을 제기하는 대표주자는 장준영 한국미술품가격인덱스 대표이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한국미술품가격인덱스)를 통해 단색화의 인기가 화랑들이 서구 트렌트에 편승해 기획한 마케팅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 2012년 미술평론가 윤진섭이 영어로 ‘Dansaekwha(단색화)’라고 명명하면서 고유명사가 됐지만, 단색화를 서구 미니멀리즘의 한 경향인 모노크롬과 차별화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난해의 낙찰률, 추정가 등과 비교해 볼 때 최근 미술시장의 열기는 단색화 등 일부 블루칩 작가들이 끌고 가는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버블이라고 지적했다.
정상화, 하종현 등 주요 작가의 가격은 최근 2, 3년 사이 5배 정도 올라 거품론을 제기하는 주장들이 적지 않다. 윤범모 가천대 교수도 “상업논리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일부 컬렉터 중에서는 단색화를 팔고 다른 장르로 갈아타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단색화 시장을 이끈 이우환 작가의 거래가 주춤한 게 이상현상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했다.
미술시장 딜러들은 상업적 기획론에 반박한다. 서울옥션 최윤석 상무는 “가격이 갑작스럽게 오른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래서 거품이라는 논리는 말도 안 된다. 거기에 상응하는 수요가 없을 때 거품이 생길 수 있지만, 시장이 글로벌화 되면서 단색화 신규 수요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해외 미술시장에서 한국 작가는 이중섭, 박수근 등 근대 작가 위주로 거래됐다. 단색화 작가가 시장의 주요 아이템이 된 것은 처음이다. 앞으로도 가격이 더 오를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크리스티한국지사의 배혜경 대표는 “가격이 단기 급등했지만 같은 70, 80년대 서양 작가들에 비하면 저평가 돼왔다”며 “외국 메이저 화랑의 관심으로 글로벌 무대에 편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단색화’ 미술시장 인기몰이 열풍인가 거품인가… 세계적 경매사 잇단 특별전 해외시장서 상한가
입력 2015-10-19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