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 부총리, 내년 총선보다 4대 개혁에 전념해야

입력 2015-10-17 00:06 수정 2015-10-17 03:10
“경제는 저 말고도 잘하실 분이 많이 있지 않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 말이다.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출마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최 부총리가 총선에 나가려면 선거 90일 전인 내년 1월 14일까지 물러나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법정 시한 12월 2일)을 처리한 뒤 사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상은 했지만 본인 입으로 직접 거취를 언급하니 당혹스럽다. 작년 7월 ‘가지 않은 길’이란 표현까지 쓰며 경제를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입각한 지 1년이 조금 더 지난 시점에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하니 그동안 앞장서서 추진했던 정책들이 잘 마무리될지 걱정이다.

무엇보다 답보 상태인 4대 개혁이 문제다. 노동개혁은 노사정 대타협 이후 제자리걸음이고 교육, 금융, 공공 부문도 사실상 표류하고 있다. 진두지휘하던 수장이 퇴진을 언급하는 마당에 추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정책 책임자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산적한 경제적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고민이 깊다. 후임 장관이 누가 될지 관심을 갖느라 기재부 관료들이 술렁이고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기재부 올 업무가 벌써 ‘파장’이라는 말도 들린다. 정치인 장관의 폐단이 곳곳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하니 하루라도 빨리 새 사람을 임명해야겠다. 마음이 떠난 인사가 자리에 있어봐야 조직의 분위기만 흐린다. 곧 떠날 장관이 마련하는 정책이 얼마나 신뢰를 얻겠는가. 굳이 예산안 처리를 마무리하고 가야 할 이유가 없다. 이번에는 정치인보다 경제를 제대로 아는 전문가 가운데 적합한 인물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통령의 신임을 믿고 온갖 정책을 밀어붙이다 성과와 무관하게 선거 때면 정치판으로 훌쩍 떠나는 사례를 계속 지켜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