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백 투더 퓨처 2’와 염소의 저주

입력 2015-10-17 00:09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역사는 올해로 146년이 된다. 숱한 드라마가 연출된 가운데 흥미로운 스토리는 3대 저주다. ‘염소의 저주(curse of the Billy Goat)’ ‘밤비노의 저주(Bambino's curse)’ ‘블랙삭스의 저주(Blacksox's curse)’가 그것이다. 밤비노의 저주는 보스턴 레드삭스가 1920년 전설적인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를 ‘영원한 라이벌’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시킨 뒤 80년 넘게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차지하지 못한 일을 말한다. 블랙삭스의 저주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승부 조작에 가담한 뒤 80여년 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것을 일컫는다. 밤비노의 저주는 86년 만에, 블랙삭스의 저주는 88년 만에 팀이 우승함으로써 풀렸다.

유일하게 남은 염소의 저주 유래는 이렇다. 시카고 컵스가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에 나갔던 1945년에 있었던 사건이다. 월드시리즈 4차전이 열리던 날, 빌리 사이어니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애완 염소 빌리를 데리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를 찾았다. 하지만 염소에게서 악취가 난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하자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으리라”고 독설을 날리며 구장을 떠났다. 이 저주는 지독했다. 컵스는 1908년 이후 100년이 넘도록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염소의 저주 이후에는 월드시리즈 무대 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이런 스토리는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최근 개봉한 ‘마션’을 보면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인 마크(맷 데이먼 분)는 “내가 지구로 돌아갈 때까지는 컵스가 우승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컵스의 열혈팬으로 저주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직접 지켜보고 싶은 열망이 깔려 있다. 1989년 개봉한 ‘백 투더 퓨처 2’에서는 주인공 마티와 브라운 박사가 타임머신을 타고 간 2015년 메이저리그 우승팀은 컵스였다.

공교롭게도 올해 컵스는 70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리고 있다. 예상을 깨고 와일드카드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26년 전 영화가 예언한 대로 컵스가 과연 지긋지긋한 ‘염소의 저주’를 올 가을에는 풀 수 있을까.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