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영어 ‘L’과 ‘R’의 발음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영남 사람들은 ‘어’와 ‘으’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호남과 영남 사람은 ‘4번’의 억양이 다릅니다. 이런 예들은 국가와 지역, 각 시대에 무수합니다. 마태복음 26장에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째 부인하게 되는 계기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너도 진실로 그 당이라 네 말소리가 너를 표명한다”며 말소리를 추궁합니다.
특정한 용어나 말투 말버릇으로 국적과 계급, 이념적 차별 등을 판별해 내는 것을 ‘쉽볼렛 테스트’라고 합니다. 이 말의 유래는 이스라엘의 사사 입다 시대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본문에서 ‘이삭’ 또는 ‘시내’를 뜻하는 ‘쉽볼렛’을 ‘십볼렛’으로 발음해 4만2000여명이나 죽임을 당합니다. ‘쉽볼렛’이라고 발음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생사가 달렸던 것입니다. 본문에서 ‘쉽볼렛’이라고 발음할 줄 모르는 이는 누구입니까.
첫째, 요셉의 둘째 아들 지파인 에브라임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쉽볼렛’을 ‘십볼렛’으로 발음합니다. 이들의 조상 에브라임은 야곱의 특별한 사랑과 두 배의 축복을 받은 요셉의 아들 중 차남으로 장남 므낫세보다 더 큰 축복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들은 하나님의 뜻대로 가나안을 정복한 하나님의 종, 여호수아를 선조로 둔 지파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받은 이 좋은 유산과 그로 인한 자부심이 오히려 시비와 다툼을 일으켰습니다. 이들은 형 지파인 므낫세 사람들을 무시하고 그들이 잘되는 것을 시기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므낫세 지파의 기드온과 입다를 통해 구원의 역사를 이루려 하실 때 시비하고 다퉜던 것입니다.
오늘날 다른 사람이 가진 장점, 잘한 일, 아름다운 믿음에 “아멘”이라 말하지 못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며 다투는 성도와 교회가 바로 에브라임 사람입니다.
둘째, ‘쉽볼렛’ 발음은 할 줄 알지만 형제를 긍휼히 여기지 아니한 입다 자신입니다. 에브라임 사람들의 동일한 시기와 질투, 시비와 다툼에 대해 기드온은 “에브라임의 끝물 포도가 아비에셀의 맏물 포도보다 낫지 아니하냐 하나님이 미디안의 방백 오렙과 스엡을 너희 손에 넘겨주셨으니 내가 한 일이 어찌 능히 너희가 한 것에 비교되겠느냐”(삿 8:2∼3)며 겸손과 긍휼, 사랑의 말로 에브라임 사람들의 노를 풀어주었습니다.
반면 입다는 그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고 ‘쉽볼렛 테스트’로 정죄하고 자신이 쥔 칼로 나루턱에서 하나님의 백성 된 동족을 살육하였습니다.
우리는 ‘쉽볼렛’이라고 발음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장점과 축복 받은 일에 “아멘”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책망 받을 일에 대해서는 주님과 스데반같이 “저들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라고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같은 ‘긍휼의 쉽볼렛’을 통해 생명을 구하는 성도와 교회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김두환 부산 거제동교회 목사
[오늘의 설교] 아멘과 긍휼의 쉽볼렛
입력 2015-10-17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