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정상의 방한 행사와 광복절 기념식, 현충일 추모식 등 주요 국가 행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부대가 있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국방부 군악대대다.
지난 12일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군악대대는 절도 있고 힘찬 연주로 손님을 맞았다. 바로 그 전날 막을 내린 ‘2015년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폐회식에서도 군악대대는 멋진 공연을 했다. 117개국 7000여명이 참가한 이 대회의 시작과 끝이 군악대대의 공연이었던 셈이다.
노란색 겉옷에 파란 허리끈, 노란 갓에 새털을 꽂은 화려한 복장의 군악대대 전통악대(취타대)는 외국인들은 물론 시민들에게도 신명나는 흥과 한국군의 기개를 전해주고 있다. 외국 정상들은 한국 방문 시 군악대대 행사를 공식 요청하기도 한다. 때문에 군악대대는 ‘한국군의 멋을 알리는 격조 있는 외교사절’이라는 평을 듣는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이·취임식 등 군 주요 행사에도 군악대대 역할은 절대적이다. 장중하고 깊이 있는 연주는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숙연함과 결연한 의지를 전한다.
민·군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도 한다. 강원도 동해 해군 1함대사령부 연주회에는 해군 장병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도 고품격 군악을 선사했다. 주민들이 함께하는 연주회에는 주민들이 듣고 싶은 곡을 선정하는 ‘맞춤형 연주’를 한다. 소외된 곳을 찾아가는 따뜻한 연주회도 한다. 군악대대는 지난 14일 서울 삼청동 지구병원에서 일하는 장병과 환자들에게 마술공연이 곁들여진 ‘작은 음악회’를 선사했다.
군악대원들은 매년 100여 차례 공식 행사와 연주회를 갖지만 군인으로서의 임무 역시 게을리하지 않는다. 군악대대장 이희경(46) 육군 중령은 “시간을 쪼개 연습에 몰두하는 대원들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행사 준비를 위해 40개 개인연습실과 종합연습실에 밤늦도록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날이 적지 않다.
국방부 군악대대는 국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대원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 음악대학 출신이지만 평균 1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만 입대 자격을 얻는다. 최근 모집한 드럼의 경우 1명 모집에 80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음대 출신이 아니어도 실력만 있으면 선발된다. 하지만 군악대대가 원하는 수준에 이르는 지원자가 없으면 뽑지 않는다. 대신 장교들이 대학에 찾아가 데려오기도 한다.
지도하는 장교들도 음대를 나왔거나 오랜 기간 연주 활동을 해온 전문가들이어서 입대 후 연주 실력이 놀랍게 향상되는 대원도 많다. 대학 진학에 두 번 떨어졌던 한 대원은 올해 유수 대학에 1차 합격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국방부 군악대대가 창설된 것은 1989년이다. 하지만 그 뿌리는 깊다. 1901년 독일인 에케르트가 군악 교사로 초청돼 피콜로 등 양악기를 들여와 구성한 32명의 군악대가 효시다. 일제 강점기 명맥이 끊겼다가 광복 후 국군 창설과 함께 각 군에 군악대가 설치됐다.
각 군 군악대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자군을 알리는 홍보대사로 장병들의 전의와 사기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오지에 있는 장병들에게 군악대 공연은 정서적인 목마름이 채워지는 기회이기도 하다.
육군은 현재 45개 군악대에서 15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육군 군악대는 지난해 인사행정 병과에서 정훈 병과로 소관 부서가 바뀌면서 부대 행사뿐 아니라 장병들을 위한 문화예술 행사 지원과 주민들을 위한 음악회 개최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공군 군악대는 매년 250회 이상의 행사 지원과 연주 활동을 한다. 공군 특유의 유연한 사고와 창의적인 접근으로 국악과 양악이 어우러지는 크로스오버 연주회, K팝 음악, 거리공연 등 신선한 기획으로 국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해군 군악대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335차례 행사 지원을 했다. 사관생도 순항훈련에 참가해 해외 주요 항구에서 연주회를 갖는 등 해외 활동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육지에 비해 문화 혜택을 받기 힘든 도서지역을 찾아 순회 위문공연을 펼치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국가의 스타일’ 군악대] 폼난다, 군기
입력 2015-10-17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