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스타일’ 군악대] “선생님, 저 잘 불고 있나요?”

입력 2015-10-17 02:15
국방부 군악대대 대원(왼쪽)이 1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군악대대 건물 앞에서 동티모르 국가방위군 군악대원들에게 군악연주를 가르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안의 국방부 근무지원단 국방부 군악대대 연습실은 요즘 외부 손님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다. 16일 찾은 이곳에서는 동티모르 국가방위군 군악대원 25명이 국방부 군악대대원들의 지도를 받으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동티모르 역사상 최초의 군악대원들이다.

지난 2일 한국에 온 이들은 4일간 경기도 발안 해병대사령부에서 군악행진 요령을 배운 뒤 6일 이곳에 입소했다. 대부분이 음표조차 읽을 줄 모를 정도로 음악 문외한이다. 단장인 제이미 다 실바 마르틴즈(32) 중위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국방부 군악대대원들은 음표 읽는 법부터 가르쳤다. 칠판에 가득한 음표들을 보는 이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다.

오전에는 이론교육, 오후에는 실기연습이다. 이론교육을 담당하는 김재학 원사는 “낯선 개념을 배우느라 고생하는 것 같지만 반복해서 가르치면 잘 따라온다”며 “배우려는 열기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부분 20대 중반이지만 서른을 훌쩍 넘긴 여성 대원도 있다.

군악대대는 동티모르 국가를 연주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우리나라 민요 2곡과 우리나라 행진곡을 편곡해 가르쳐줄 예정이다. 군악대대장 이희경 육군 중령은 “우리의 얼도 가르칠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11월 13일까지 40일간의 교육을 마치고 귀국하면 이들은 통티모르 최대 국가 기념일인 11월 28일 첫 공식 연주에 나선다. 이들의 체류경비는 동티모르에 진출한 현대건설이 부담했다. 동티모르는 작고 가난한 나라다. 1998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했지만 사회적 혼란이 계속돼 우리 상록수부대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평화유지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