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구의 영화산책] 나도 이렇게 늙고 싶다

입력 2015-10-17 00:47
영화 ‘인턴’에서 70세의 벤(오른쪽·로버트 드 니로)이 회사 대표인 30세 줄스(앤 해서웨이)를 마주보고 있다.
강진구(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교수·영화평론가)
“인간답게 사는 데에 필요한 것은 아주 간단하다. 사랑할 사람과 할 일, 이 두 가지뿐이다.”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남긴 명언이다. 특히 내후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인구의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프로이트의 말은 노인이 인격을 갖춘 존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준다. 여기서 사랑의 대상은 꼭 배우자와 같은 이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나님과 교회를 향한 사랑과 헌신의 인생을 사는 노년의 기독교인들에게도 의미가 깊다.

문제는 일이다. OECD 국가들 가운데서 가장 긴 시간 일하지만 정작 가장 짧은 나이에 정년퇴직을 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행복한 노년생활의 핵심 조건은 일에 있을 수밖에 없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영화 ‘인턴’은 70세 노인이 30세 여성이 CEO로 있는 직장에서 인턴생활로 새로운 인생을 사는 모습을 그린 재미와 의미가 충만한 영화다. 혹자는 비현실적인 할리우드의 상상력이 동원된 영화라고 비판하지만 할리우드의 상상력이 인류의 현대사를 통해 실현되어 온 것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이 영화를 단순한 오락영화로만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내와 사별하고 난 뒤 편안한 은퇴생활을 즐기던 70세의 벤(로버트 드 니로)은 단조롭고 무의미한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의류를 파는 최첨단 회사에서 인턴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세대를 대표하는 노인과 디지털 문명에 익숙한 신세대 직장인들이 같은 공간에서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세대 간의 갈등은 최소화하고 대신 노인 인턴의 존재를 통해 회사에 생기가 돌고 CEO인 줄스(앤 해서웨이)가 최고경영자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동시에 이혼 위기에서 안정적 가정을 이루도록 돕는 지혜를 제공하는 점은 이 영화가 기독교적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노인 인턴 벤이 젊은 세대가 함께 하고 싶은 인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눈여겨 봐야한다. 만일 당신이 교회에서 젊은 세대들이 함께 하고 싶은 노인이 되길 원한다면 매력적인 노인의 이미지를 주인공으로부터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신앙 생활을 포함해 자신이 살아온 반듯한 삶의 습관을 유지한다.(고전 15:58) 시간에 늦는 법이 없고 청결하며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맨 슈트 차림새는 시대가 변해도 존중받는 직장 남성의 모습이다. 애들처럼 옷을 입는 것이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둘째, 조직사회에서 나이를 내세우지 않는다. 자기보다 40살이나 어린 회사 대표에게 벤은 깍듯하게 대하고 젊은 직원들의 역할을 존중한다.(시 92:14∼15) 오랜 직장 경험에서 나올법한 구렁이 같은 처세술을 쓰지 않는다. 대신 규칙을 지키며 강직한 모습을 통해 신뢰성을 보여준다.

셋째, 풍부한 직장 경험으로부터 얻은 지혜를 나누어주면서 젊은이들의 멘토가 되어준다.(욥 12:12) 4살짜리 음악의 신동은 있지만, 인생의 신동은 있을 수 없다. 오랜 시간을 살아 온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는 컴퓨터에 뛰어난 젊은이들이라 해도 단 시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교회에서 그리고 사회 각 분야에서 여전히 노인이 필요한 이유다.

강진구(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교수·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