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박근혜 대통령의 첫 펜타곤(미 국방부) 방문에서 62년 역사의 혈맹(血盟) 정상에게 최고의 예우를 했다. 한국 정상으로는 역대 두 번째일 만큼 이례적인 방문으로, 최상의 한·미동맹 관계를 보여주는 의전을 한 것이다. 펜타곤을 찾은 박 대통령은 한·미 장병들에게 빈틈없는 연합 방위태세 유지에 대한 당부와 격려를 전했다.
◇동맹 국가 정상에 최고 의전·예우=박 대통령이 15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9시20분 워싱턴 인근 알링턴카운티 소재 펜타곤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 국방부 측은 25분간의 공식 의장행사(full honor parade)를 실시했다. 통상적으로 펜타곤을 방문한 외국 정상에게 5분간 약식 행사를 한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례적인 케이스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도 처음이다. 개회선언, 상관에 대한 예포 21발 발사, 한·미 국가 연주, 사열, 전통의장대 행진, 폐회선언으로 구성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국가 정상들의 방문에서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최고의 예우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애슈턴 카터 국방부 장관을 접견한 뒤 장관 회의실 복도에서 ‘로프라인 미팅(rope line meeting)’을 통해 미군 장병 31병과 한국 장교 5명을 만나 악수하며 격려했다. 로프라인 미팅은 미군 통수권자가 일렬로 도열한 군 장병들 쪽으로 걸으면서 일일이 인사하는 방식이다. 미국 대통령이 펜타곤 방문 시 실시하는 형식으로, 외국 정상이 이를 하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행사에는 카터 장관을 비롯해 조지프 던포드 주니어 미 합참의장, 크리스틴 워머스 국방부 정책차관, 데이비스 쉬어 국방부 아·태차관보,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등 최고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확고한 동맹관계 재확인=박 대통령은 카터 장관을 만나 한·미동맹 전반과 강력한 연합 방위태세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으로 탄생한 동맹 관계를 평가하고 앞으로도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발휘해줄 것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또 9월 초 중국 전승절 참석 등으로 워싱턴 일각에서 제기된 우리 정부의 ‘중국 경도론’을 불식시키면서 확고한 양국 관계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이 연합 방위태세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우리 측에선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이 배석했다. 특히 한 장관은 박 대통령의 펜타곤 방문과는 별도로 카터 장관과 만나 한국형 전투기(KF-X)의 4개 핵심기술 이전 문제와 관련해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부통령 초청 관저 오찬=박 대통령은 행사 직후 조 바이든 부통령 초청으로 관저인 해군천문대(naval observatory)에서 오찬을 겸한 협의를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 부통령이 관저로 아시아 국가 정상을 초청한 것은 처음이다. 9월 초 방중 당시 국가서열 1, 2위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연쇄회담을 한 박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도 오바마 대통령, 바이든 부통령과 연쇄적으로 회담, 협의를 하게 됐다.
한편 박 대통령 숙소인 블레어 하우스 측은 청와대에 지난 2013년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의 박 대통령 사진을 요청해 액자 사진 3장을 전시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사진 한 장은 유명 인사 사진을 전시하는 리 다이닝룸(Lee dining room)에 상시 전시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선 처음이다. 이번 사진 전시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한·미 우호관계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미국 측은 설명했다.
워싱턴=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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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6 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