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살아 있나] 캄보디아·필리핀 은신? 경찰은 “사망 가능성 100%”… 여전한 생존 여부 논란

입력 2015-10-16 02:14
피해액 4조원대 다단계 사기를 저지르고 종적을 감춘 조희팔(생존 시 58세)씨는 살아 있을까. 그의 최측근 강태용(54)씨가 중국에서 체포돼 국내 송환을 앞두면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조씨 생존설이 난무하고 있다.



조희팔 살아 있다?

‘조희팔 생존설’은 여러 갈래로 나돌고 있다. 중국 모처에 은신 중이란 얘기부터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쪽에 있다거나, 필리핀 클라크 지역에 숨어 있다는 설까지 다양하다. 검찰은 조씨의 생존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조희팔 사망’ 쪽에 좀 더 무게를 둬 왔던 경찰과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은 조씨가 2008년 밀항할 당시부터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조희팔 사기 피해자 모임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는 조씨가 살아 있다고 확신한다. 김상전 바실련 대표는 15일 “여러 경로를 통해서 조희팔을 봤다는 제보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산둥성에서 중국 조직폭력배의 비호 아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를 오가며 사업도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실련 측은 조씨 측근 곽모(47)씨와 대구교도소에서 함께 수감 생활을 했던 장모(26)씨의 증언을 담은 문서도 공개했다. 문서에는 ‘곽씨가 조희팔을 왕 회장이라 불렀으며 올 초 왕 회장에게서 온 편지를 받았다. 편지를 읽어보지는 못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장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조씨가 올해까지도 살아서 편지를 보낸 것이 된다.



갈피 못 잡는 경찰

이미 2012년 조씨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던 경찰은 강태용씨 검거 이후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대구지방경찰청은 강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거된 정모(40) 전 경사의 잦은 중국 출국 기록에 주목하고 있다. 조씨가 중국으로 도피한 2008년 12월 이후 중국 출국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조씨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강씨가 경찰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정 전 경사가 강씨를 대구경찰청 수사과 회식자리에 자주 데리고 나왔다고 임모(47) 전 경사가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경찰청 수사과 수사2계에서 근무했던 임 전 경사는 다른 뇌물수수 건으로 2007년 파면됐다.

정 전 경사의 중국 출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10월 21일부터 지난 6월 19일까지 모두 28차례 출국(중국 23, 태국 1, 필리핀 2, 홍콩 2) 기록 중 조씨가 중국으로 도피한 이후인 2008년 12월 이후 중국에 21차례나 다녀왔다.

정 전 경사는 대구경찰청 수사2계에 근무하던 2009년 5월 중국 옌타이에서 도피 중이던 조씨 등과 만나 골프와 향응을 접대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 2012년 9월 파면과 동시에 구속 기소돼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를 받았다.

정 전 경사는 조씨와 만나고 돌아온 후 파면되기 전까지 경찰 근무 중에도 중국을 10차례나 다녀왔다. 파면된 후에도 10차례 더 다녀왔고 이번에도 중국으로 출국하다 붙잡혔다. 정 전 경사는 2009년 이후 조씨를 만난 적이 없고, 중국은 사업차 다녀온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지만 경찰은 잦은 중국행이 조씨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정확한 방문 목적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정 전 경사가 광저우행 편도 티켓만 갖고 있던 점으로 미뤄 도주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조희팔은 죽었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까지도 조희팔의 사망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볼 만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또 “외국에서 작성된 사망진단서 등으로 (사망을) 선언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조희팔이 살아 있다면 여러 정황이 나타나야 되는데 그런 생존 반응이 3년간 없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살아 있다면 누군가는 접촉하는데 그런 반응이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중국에서 수집한 첩보에도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한다.

2012년 조희팔의 은닉자금을 수사했던 황운하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은 “조희팔 사망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고 밝혔다. 황 부장은 “조희팔의 사망진단서와 화장증명서도 중국 현지 주재 경찰관들이 중국 공안과 의료진 등을 통해 진본임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또 “여러 진술과 정황 등을 토대로 의심이 필요 없을 정도로 사망이 확실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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