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대선 불복’이라는 끈질긴 프레임에 다시 한번 발목이 잡혔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공세를 이어가던 도중 돌발적으로 튀어나온 소속 의원의 ‘대선 개표 조작’ 발언으로 수세에 몰린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는 말을 되풀이했지만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대선 개표 조작’ 발언 당사자인 강동원 의원은 15일 이종걸 원내대표와의 통화에서 “교과서 투쟁에 차질을 빚게 해 미안하다”면서도 기존 주장은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표가 재차 해명에 나섰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 대선에 대한 우리 당 입장은 지금까지 정립돼 있는 것이고 변함이 없다”며 “당내에선 강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 좀 상식적이지 못하고 국민으로부터 공감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교과서 공방 중에 이미 3년 가까이 지난 2012년 대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구구절절 밝힌 것이다.
교과서 정국에서 여론은 새정치연합에 나쁘지 않았다. 지난 14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 교과서 국정화 찬성 47.6%, 반대 44.7%로 찬반이 팽팽했다. 여기에다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등 사학과 교수들이 국정교과서 집필 참여를 거부하는 등 반발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화 반대 최전선에 선 제1야당이 어이없는 실언 한 마디로 덫에 빠진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강 의원을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과 원내부대표에서 사퇴시키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대선 불복 공세는 더 기세등등해지는 양상이다.
3년 전 대선 이후 ‘대선 불복’ 논란은 새정치연합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대선 직후 국가정보원 등의 불법 댓글 사건이 터지자 새누리당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것이냐”며 ‘불복’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이런 논란 탓에 당사자인 문 대표는 여러 차례 승복 의사를 밝혀야만 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잊을 만하면 ‘불복’성 발언이 터져 나왔다. 강 의원 이전에도 장하나 의원이 2013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해 파문을 일으켰다.
문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대선 개표 부정’을 주장하는 세력은 왜 문 대표가 결과에 승복했느냐고 비난한다”며 “중앙선관위가 개표 과정의 실수에 대해 적극 해명하지 않고, 법원도 (선거무효 확인 소송) 판결을 내리지 않으면서 문 대표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문 대표가 “의혹을 제기한 분들이 선거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는데 3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대법원에서 판결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아직도 문제가 다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당내에선 주요 고비마다 불복 프레임에 빠지는 것에 탄식이 터져 나온다. 김부겸 전 의원은 성명을 내고 “강 의원이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땅히 발언을 취소해야 한다”며 “선거 부정이나 대선 불복은 중대한 문제다. 당에서도 진솔한 입장 천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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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6 02:34